압도적인 레드우드 나무
Posted 2014. 8. 21.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미국 서부 도시들
레드우드 앞에 서 봤다. 한여름이지만 2천 피트(6백 미터)가 넘는 산에서 나무가 울창한 숲길은 약간 선선한 기운이 느껴진다. 레드우드 앞에선 그저 가만히 서 있거나, 손가락으로 나무 꼭대기를 가리키거나, 나무를 안고 양 팔을 펴서 밑둥 둘레를 재 보려는 시늉을 하거나, 그저 멍한 표정으로 입을 벌리고 경탄을 연발하는 것 외에 다른 반응은 애시당초 불가능했다.
하나같이 크고 우람한 레드우드들이 즐비한 가운데, 이 숲의 아빠(Father of the Forest)와 엄마(Mother of the Forest)로 불리며 울타리로 보호하고 있는 나무들이 있었다. 엄마 나무의 키는 놀랍게도 329피트(딱 100m)이고, 밑둥 둘레만 70피트(21.3m)다. 마침 아빠 나무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여성이 있길래 잠시 모델로 스카웃했다.^^
하도 거대한 나무는 천 년 이상 살아오면서 번개를 맞거나 산불로 그 커다란 속을 다 내주고도 꿋꿋이 의연하게 서 있기도 했다. 레드우드의 외피가 얼마나 두껍고 단단한지를 짐작할 수 있다. Shiker님이 가리키는 나무 안에 들어가 위를 올려다 보니 세상에! 수십 미터는 족히 돼 보이는 나무 속이 뻥 뚫려 있는 게 아닌가. 레드우드 터널은 옆으로가 아니라 수직으로 나 있었다.
이런 나무가 하나 둘이 아니었다. 내부가 커다란 방 하나는 족히 돼 보여 들어가 살아도 될 것처럼 보이는 레드우드 속은 아늑하고 편안했다. 나이에 어울리진 않지만, 장난끼가 발동해 머리만 삐죽 내민 순간을 Shiker님이 포착했다.
모든 레드우드가 버티고 서 있는 건 아니었다. 1983년 1월에 쓰러진 레드우드는 누운 그대로 보존이 되고 있었는데, 남아 있는 뿌리 가락 하나 하나가 웬만한 나무 기둥 저리 가라였다. 나무를 잘 탔을 것 같은 Shiker님은 클라이밍 포즈로, 뭐든 소극적이고 관찰하는 걸 좋아하는 나는 뿌리 밑에 서서 입을 벌린 채 이 거대한 레드우드에 각각 경의를 표했다.
두어 시간 가까이 첫 번째 산책 코스를 한 바퀴 둘러보고 나오려는데, 이 공원은 떠나는 순간까지 방문객들을 놀래킨다. 레드우드 나무로 만든 백 개는 족히 넘어 보이는 길고 묵직한 의자들이 줄지어 열지어 놓여 있는 야외 원형극장(Amphitheater)이 눈앞에 펼쳐졌다. 땅에 뿌리를 박고 서서 세월을 보내는 나무나 쓰러진 채로 풍상을 맞는 레드우드들도 대단했지만, 이렇게 장의자로 켜진 채 동료 레드우드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도 대단하긴 매한가지였다.
'I'm traveling > 미국 서부 도시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샌프란 Delfina 피자 (2) | 2014.08.23 |
---|---|
샌프란 케이블카 (2) | 2014.08.22 |
Big Basin Redwood State Park (4) | 2014.08.20 |
버거란 이런 것 (4) | 2014.08.13 |
Be Waste Wise! (2) | 2014.08.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