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 Delfina 피자
Posted 2014. 8. 23.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미국 서부 도시들아침에 파머스 마켓에서 맛있는 버거와 블루 바틀 커피를 하고 이것저것 시식한 탓인지, 아니면 꾸불꾸불한 롬바드 거리를 걷고 케이블 카(전차)를 타고서 샌프란시스코 시내 풍경을 둘러봐서인지 점심 시간이 제법 지났는데도 시장끼가 느껴지지 않았다. 산에 다니다 보면 풍경과 등산 즐거움에 배 고픈 줄 모르고 내쳐 다닐 때가 종종 있는데, 샌프란시스코 풍경이 그런 만족감을 선사해 준 것 같았다.
토요일 오후의 미션 지구(Mission District)는 현지인,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길가 주차 구역들이 완전 만원이었다. 점심을 먹기로 한 델피나 피자에서 몇 블럭 떨어진 곳에 겨우 한 자리 발견하고 10분 넘게 걸어갔다. 아침 나절엔 약간 선선하더니, 한낮의 도심 거리는 북적이는 인파 탓인지 슬슬 더워지기 시작했다. 참, 이제껏 내가 먹어본 궁극의 피자는 시카고 지오다노스(7/15/11)였다.
맛있다는 피자집 델피나는 식사 때가 지났지만 토요일 오후라서 그런지 손님이 많았고, 잠시 기다린 후에 바깥쪽 테이블로 안내 받았다. 메뉴판은 그림이 없이 단출했는데, 영어권에서 사는 사람이 아니면 야채와 고기류 토핑 단어 해석하는 일부터 만만치 않다. 와본 집도 아니고, 두 사람에게 알아서 시키라 하니 셋이서 피자 두 판과 샐러드 하나를 시켰다.
바삭하게 구운 빵과 뭔지 기억이 나지 않는 야채 한 종류, 그리고 리코타 치즈 두 덩이가 나와 조금씩 나눠 먹었다. 비주얼로 봐선 제법 근사해 보였지만, 주차하고 걸어올 때부터 슬슬 더워지지 시작한 날씨와 아침 시간부터 파머스 마켓-케이블 카-피셔맨스 와프 산책 등이 이어진 끝에 조금 늦게 음식을 대한 데다, 전에 얼굴을 본 것 같긴 한데 친분은 없던 형제가 합석해서 살짝 긴장했던지 이렇다 할 맛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미디엄 사이즈에 도우가 얇고 끝이 투박하게 구워진 피자 두 판도 이어 나왔다. 지금 보니 꽤 맛있어 보이는 토핑인데, 역시 그때는 딱히 뭔맛인지 모르고 먹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나도 전천후 식성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이렇게 말해도 둘 다 기본 이상은 됐다. 저 비주얼이 맛이 없다면 말이 안 되지 않겠는가.
음~ 맞은편에 앉은 친구가 코스타 간사로 오래 일하다가 이번에 귀국한 한준 형제인데, 목소리 톤이 좋고 대화 주제가 풍부해(내가 들은 것만 요세미티, 에니어그램, 클래식 음악, 플렉시블 모니터 등이다^^) 즐거웠고, 두어 주 전에 한국에서 다시 만나 차를 마셨다.
사무실 근처 인덕원역에서 만나 백운호수변 찻집으로 이동하는 내 차에서 마침 슈베르트 CD를 듣고 있었는데, 슈베르트 외에 좋아하는 음악이 뭐냐며 CD를 챙겨줄 듯 물어와 깜짝 놀랄 뻔 했다. 고수 앞에서 음악 얘기가 길어지면 뒷감당이 안 될 것 같아 그냥 바로크에 이지 리스닝 정도라고 얼버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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