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 케이블카
Posted 2014. 8. 22.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미국 서부 도시들샌프란시스코에선 다들 케이블 카라고 부르는 전차를 타는데, 우리는 케이블 카 하면 보통 남산이나 경관이 빼어난 관광지에서 운영되는 곤돌라 같은 걸 연상하는데, 샌프란에선 도심을 달리는 전차, 그러니까 트램을 케이블 카라 부르고 있었다. 옛날 서울의 전차처럼 현수교 형식의 케이블이 공중에 나 있진 않았고, 축과 레일 사이의 좁고 긴 공간을 지나는 하나의 긴 케이블에 의해 움직여 가파른 비탈길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고 한다.
도심 파웰 역에 있는 종점 앞엔 토요일 오전이라 그런지 케이블 카를 타려는 대기 줄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거의 나같은 관광객들로 보였는데, 기회는 찬스라고, 노란 전도 피켓을 든 이가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예수 천당 불신 지옥 운운하는 명동에서 볼 수 있는 피켓 속 문구보다 한결 부드러웠고, 어슬렁거릴 뿐 말을 건네거나 하진 않았다. 저게 전도가 될까 싶지만, 그건 아무도 모를 일이다.^^
편도 요금은 $6인데, 하루 종일 또는 며칠 이용권도 있다고 한다. Shiker님은 차로 먼저 피셔맨스 와프에 가 있기로 하고, 종점에서 만나기로 했다. 자주 오긴 했지만, 한 량 또는 두 량 짜리다 보니 한 번에 이삼십 명씩 타서 거의 시간 반은 기다려야 했다.
다리가 슬슬 아파질 때쯤 해서 차례가 돌아왔는데, 도착한 케이블 카는 차장 두세 명이 수동으로 밀면 원형 받침판이 돌아가면서 앞뒤를 돌려 놓게 돼 있었다. 자동화 장치를 해 놓을 수도 있지만, 이렇게 오래된 시스템을 그대로 두는 것도 전통인가 보다.
좌석도 있지만, 난간 받침대에 서서 스릴을 맛보는 게 묘미일 듯 싶어 약간 겁이 났지만 저렇게 서 봤다. 반대 방향에서 들어오는 거라 약간 자리가 있어 보이는데, 내가 탄 차는 콩나물 시루처럼 빽빽하게 들어서서 거의 발 딛을 틈이 없었다. 그러나 오래 기다려 탄 보람이 있었다. 시내 구경하기도 좋고, 제법 속도감이 있어 다들 신이 났다.
케이블 카는 중앙선에 거의 붙다시피 하며 달렸는데, 왼쪽이 나다.^^ 아슬아슬 반대쪽에서 오는 버스나 차에 부딪힐 것만 같은데, 빨간 신호등이 켜져 정지하거나 천천히 달릴 땐 양편 승객이 손을 내밀어 하이 파이브를 하기도 하는 게 또 다른 전통인 것 같았다. 나? 당연히 구경만 했다. 왜, 그냥 거리 두고 바라보고 구경하는 거 좋아한다잖았는가.^^ 젊은 관광객들 가운데는 셀카용 길다란 봉에 디카를 연결해 스냅 사진을 찍는 커플도 보였다.
저 풍채 좋은 이가 우리 차의 차장이었다. 아래쪽 길다란 철제 손잡이를 바꿔가면서 엑셀과 브레이크를 작동시켰고, 천장에 달린 줄을 잡아당기면서 뿡뿡 클랙션을 울려댔다. 15-20분쯤 달렸을까, 종점에 도착했다. 케이블카 탑승 안전규칙이 그림으로 표시돼 있고, 여기서도 밀어서 돌려서 운전석이 앞을 향하도록 만든다. 도심으로 가는 차를 기다리는 이들이 줄 서 있고, 나는 저 앞에서 기다리던 Shiker님을 만나 피셔맨스 와프를 조금 거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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