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 Bi·Rite 아이스크림
Posted 2014. 8. 26.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미국 서부 도시들토요일인 7월 5일 샌프란시스코 부둣가에서 열린 파머스 마켓, 꼬불꼬불해서 유명해진 롬바드 거리(Lombard Street) 구경, 오래된 전차 케이블 카를 타고 언덕길을 오르내리면서 오전 시간을 보내고, 미션 디스트릭트 델피나(Pizzeria Delfina)에서 피자로 점심을 먹고, 디저트를 먹으러 갔다.
토요일 오후의 따가운 햇살이 내려쬐는 길가에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는데, 아이스크림으로 소문난 바이 라이트(Bi·Rite Creamery)였다. 아무리 아이스크림 가게라지만, 조그만 가게 앞과 주변까지 기역 자로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건 그만큼 맛이 있다는 반증일 터였다.
사실 바이 라이트는 길 건너에 있는 마트에서 따로 낸 아이스크림집인데, 유기농 식품과 주변 지역에서 선별한 제품들을 파는 이 마트는 그리 크지 않은 규모였지만, 직원이 80명이나 되는 일대에 소문난 가게였다. 상당수 엘리트 직원들이 이 마트의 경영과 운영 원칙에 반해 입사를 희망했다고 한다. 줄은 길었지만, 다행히 빨리 줄어들어 우리 차례가 됐다. 화이트 보드에 유성펜으로 자잘하게 쓰고 그려 놓은 메뉴판이 첫 눈에 들어왔는데, 자세히 볼 겨를은 없어도 이쯤 되면 기본적으로 신뢰가 되는 집이다. 매장 안엔 테이블이 서너 개쯤 있었지만, 대부분 콘이나 컵으로 주문해 들고 나와서 바깥쪽 길거리 벤치에 앉거나 서서 먹는데, 우리가 주문한 건 옛날 국민(초등)학교 앞에서 먹던 추억의 뽑기 맛이 난다는 카라멜 맛. 과연 그럴까 했는데, 절묘하게 그 맛이 났다. 미국에도 또 뽑기가 있다는 말일까.^^
창업자의 아들인 샘 모간남(Sam Mogannam)은 자신이 운영하던 레스토랑의 쉐프로 일하다가 가업을 승계해 이 마트를 지역 명소로 발전시켰는데, 가게 이름을 딴 Bi-Rite Market's Eat Good Food(2011) 등의 책을 쓰기도 했다. 중간에 30분 정도 마트 구경을 했는데, 별로 크지 않은 매장이 무척 다이나믹하다고 여겨질 만큼 생기가 넘쳤다.
오후엔 코스타 전현직 간사 둘이 합류했는데, 에니어그램과 내적 여정 등에 대해 해박한 한준은 얼마 전에 귀국해 9월부터 새 직장에서 일하게 됐고, 코스타를 돕기 위해 금쪽 같은 여름휴가를 내서 왔다가 돌아가는 민경의 섬김도 인상적이었다.
샌프란시스코 미션 디스트릭트는 한적하고 오래된 동네였는데, 몇 년 전부터 이 동네 매력에 빠진 사람들이 몰려오면서 집값(Rent)이 상당히 올랐다고 한다(방 2개 짜리가 보통 월 $2,500-3,000를 상회한다니 가히 살인적인 집세다).
가게와 주택이 혼재돼 있어 주민들의 불만 표시가 있었는지, 이웃을 배려해 살살 떠들자는 안내판이 담벽에 붙어 있었다. 그래도 지금은 7월의 토요일 오후, 여기저기서 이 거리의 매력을 맛보려 찾아든 방문객들의 들뜨고 신나는 대화를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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