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산 페치카
Posted 2015. 1. 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검단산 쉼터를 지나 곱돌약수터를 향해 꾸준히 올라가다 보면 지그재그 길이 나오고
약수터 조금 못 미쳐 작은 콘크리트 창고 같은 게 보인다. 허름한 가건물도 아니고, 생긴 게
꼭 산장을 지으려다 한 귀퉁이만 대충 먼저 지어놓은 분위기다. 그 앞엔 잠시 앉아 쉬었다
갈 수 있도록 통나무들이 놓여 있고, 산불조심 장승이 서 있어 찾기 쉽다.
대피소라 하기엔 조금 옹색해 보이고, 북한산이나 도봉산 같이 그럴만한 필요가 있는
큰 산도 아니어서 뭐하는 덴가 궁금했는데, 언제부터인지 산에서 쓰러지거나 넘어진
통나무들을 잘라 모아놓는 보관소, 그러니까 나무 창고 역할을 하고 있다. 문짝은 없지만
번듯한 문 모양을 하고 있는 게 나무만 보관하기엔 조금 럭셔리해 보였다.
다른 계절엔 별 생각 없이 지나치곤 했는데, 한겨울에 여길 지나노라면 문득 러시아
난로를 뜻하는 페치카(pechka)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불만 안 붙였을 뿐이지 생긴 건 영락없는
페치카다. 실내에 있어야 할 페치카가 야외, 그것도 산 중턱에 콘크리트 재질이라는 것도
조금 어색하고, 장작이라 하기엔 너무 크고 굵은 나무들이 여러 겹 쌓여 있어 사실감이
조금 떨어지긴 해도 형체는 꼭 페치카를 닮아 보이는 것이다.
추운 한겨울산을 오르노라 지친 몸이 얼어오고 굳어져 드디어 헛것을 보는 게거니
할 수도 있고, 멀쩡한 나무 보관소를 이상한 걸로 오해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내 눈엔 이만한 페치카도 흔치 않겠다 싶어 보인다. 새해 첫날부터 추위가 맹렬한데
그래도 검단산은 이 페치카 덕분에 조금 따뜻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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