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친구
Posted 2014. 12. 2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검단산 중턱에 있는 곱돌약수터에서 정상까진 20-30분이면 되는데, 계단길을 지나면
꽤 넓은 헬리콥터 착륙장이 나오고, 그 다음엔 10분 이상 힘들게 올라가야 하는 가파른
헐떡고개가 기다리고, 그걸 지나야 정상 올라가는 돌계단길을 밟을 수 있다. 약수터에서
온도계 사진을 찍고 잠깐 한숨을 돌린 다음 내쳐 올라가려는데, 친구 사이로 보이는
두 남자가 앞서가기 시작했다.
주황색과 베이지색 방한 자켓을 입고 털모자에 장갑까지 중무장한 두 사람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눈길을 성큼성큼 걸어 올라갔다. 다른 등산객이 없기도 했지만 둘의
자켓 컬러가 달라서 눈길에서 선명하게 보이는 차림이었다.
거의 보폭을 같이하면서 나란히 걷는 두 사람을 몇 걸음 뒤에서 무심코 따라갔는데,
보기가 참 좋았다. 주일 아침 9시가 채 안 된 이른 시간이었는데, 추운 겨울산을 함께 걸어
올라가는 동행, 그것도 친구가 있다는 건 얼마나 아름다운지.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는 몰라도 간간이 들리는 목소리가 톤이 굵으면서도 밝았다.
비슷한 체구에 비슷한 보폭으로 한 걸음 한 걸음씩 눈길을 걸어가는 둘의 우정을 행여
방해할까봐 조심조심 뒤를 따라갔다.
둘이 나란히 걷기 어려운 구간에선 왼쪽에 있던 주황색이 반 걸음 또는 한 걸음 정도씩
앞서 걷기 시작했다. 아마 이 산이나 산행 경험에서 조금 앞선 듯 보였다. 나란히 걸을 땐
들리던 둘의 대화가 앞뒤로 걸으면서부터는 줄어든 걸 보니 조금씩 힘든 구간이 시작되는
모양이다.
둘의 뒷모습을 보며 걸어가는 것도 좋았지만, 조금 뒤 시작되는 헐떡고개 구간에선
아무래도 혼자 가는 내가 먼저 올라가 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적당한 지점에서 스마미셍
추월했다.^^ 10여분간 헐떡고개를 헐떡거리며 다 올라갈 즈음 뒤를 돌아보니 둘은 저
아래에서 천천히 오르고 있었다. 급할 게 없는 휴일 아침 산행의 마지막 힘든 구간을
서로 격려하면서 걷다 쉬다를 반복하는 것 같았다. 그마저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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