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낙엽송
Posted 2014. 12. 2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언제부턴가 집앞 검단산에 오르는 재미 가운데 산길 초입에서 작은 개울 건너 조금 올라가면 길게 펼쳐지는 낙엽송 지대를 지나는 게 크게 자리 잡기 시작했다. 심산유곡의 나무들처럼 아주 빽빽하거나 울창하진 않아도 호리호리한 게 하늘로 날렵하게 솟아오르면서 멋진 풍경을 선사하는데, 꼭 등산을 안 하더라도 여기까진 별로 힘들이지 않고 올라올 수 있는 위치라는 것도 큰 매력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여태까진 올라가는 길에 만나는 낙엽송 풍경만 주목했는데, 지난 주일 아침엔 이 길로 올라갔다가 돌아오는 길도 그 못지 않은 매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내려오면서 여길 지나간 게 9시 반쯤이였는데, 마침 그 위에 머물던 아침 햇살이 나무 사이로 비취면서 올라가면서 바라보던 것과는 색다른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눈이 쌓인 한겨울 고즈넉한 나무숲 가운데로 언듯언듯 비취는 햇볕의 기운은 늘어선 나무들을 따뜻하게 채색하면서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 동안은 산에 올랐다가 하산길의 지치고 풀린 다리로 서둘러 내려가 쉬고 싶다는 생각에 미처 이 아름다운 풍경을 올려다 보지 않았던 것 같다. 설사 잠깐 올려다 봤어도 이렇게 햇살 머금은 시간은 아니어서 이런 아스라한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았다.
잎을 다 떨어뜨려 처연해 보이던 낙엽송이 이렇게 빛날 수 있다는 게, 그래서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을 환희로 물들일 수 있다는 걸 예전엔 몰랐다. 어디 겨울 낙엽송만이겠는가. 좋아하고 익숙한 풍경을 조금 다른 시간대와 각도에서 다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뜻밖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영하 10-15도를 가리키는 동장군의 위세를 뚫고 산에 가길 역시 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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