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지로 거리 화단 장식
Posted 2015. 4. 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3월 마지막날 점심산책을 나서는데, 황사 기운을 띤 미세한 봄비가 한두 방울씩
얼굴을 때리길래 백 미터쯤 갔다가 돌아섰다. 가늘게 뿌리는 비가 한 시간 안에 옷 젖을
정도로 올 것 같진 않아 그냥 맞으면서 사인암에 올라갔다 내려와도 될 듯 싶었지만,
문제는 코로 느껴지는 먼지 기운이 심상치 않아 발걸음을 돌렸다.
하는 수 없이 식당으로 향했는데, 보도 위에 작은 꽃화분 쟁반들이 줄 맞춰서 옮겨
심겨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길게 가지런히 줄 맞춰 놓은 한 쪽이 줄어든 걸로 봐서 한창
작업중이었나 보다. 흰색, 노란색, 자주색 색만 다르고 모양은 같은 게 이맘 때면
거리 화단에 많이 심는 삼색 제비꽃이라고도 부르는 팬지(pansy)였다.
보도 위에 다목적, 그러니까 작은 화단도 되고 길거리 주차 방지 장애물도 되는
운모(雲母) 화분은 철마다 다른 꽃을 옮겨 심으면서 장식도 하고 관리도 하는데,
보통 2인1조로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옮겨 심고 얼마 간은 물도 주는 것 같은데, 비가
안 오면 서서히 마르고, 그러면 다시 뽑고 새 꽃들을 심는 일이 몇 차례 반복되곤 했다.
점심 먹고 나오는 사이에 이쪽 도로는 작업을 마친 모양이다. 숙련된 분들이라
분초를 아끼면서 후다닥 그리고 말끔히 일을 끝내 놓았다. 마침 비도 살짝 와서 화분 속
흙들이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었으니 날을 잘 잡은 것 같다. 덕분에 겨우내 이 길
위에서 덩그러니 마른 흙만 보이던 운모 화분들 위에서 팬지가 방긋 웃으면서
생기를 더해 주는 걸 보니, 이 거리에도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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