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난방 오리무중
Posted 2015. 4. 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일주일에 두어 번 사인암까지 갔다 오는 점심산책길이 계절에 한 번씩 조금 길어질
때가 있다. 내친김에 왕복 20분 정도 더 써 국기가 걸려 있는 모락산 최고봉(그래봤자
385m지만^^)을 찍고 올 때이다. 그리 긴 거리와 시간이 걸리는 건 아니지만, 점심시간에
하는 등산 겸 산책이라 기분 내킬 때 가끔 연장하곤 하는 것이다.
지난주 금요일 올해 처음으로 모락산 정상까지 다녀왔는데, 전망 데크를 새로 설치해
주위를 편하게 둘러볼 수 있도록 시원하게 새 단장을 해 놨다. 기왕에 등산로를 정비하는
김에 이정표도 좀 정비하면 좋았을 텐데, 정상까지의 거리를 서로 다르게 표시하고 있는
이 산 특유의 이정표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 헷갈리게 만드는 건 여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장 최근에 설치된 안내판을 보면 내가 평소 다니는 산령각이란
등산로 초입에서 사인암까진 650미터 정도이고, 정상까진 다시 700미터 정도라고 표시돼
있어 합하면 1.4km쯤 된다고 알아보기 쉽게 잘 그려놨다. 실제로 올라가 보면 이 정도
거리가 얼추 맞다는 계산이 선다. 물론 같은 700미터라도 사인암까진 계속 오르막이라
힘들고, 그 다음 정상까진 평평한 길이라 쉽게 다녀올 수 있는 차이가 있다.
그런데 바로 그 옆에 세워 놓은 세로 이정표 2.4에는 어찌된 영문인지 모락산
정상까지가 0.9km라고 돼 있다. 두 이정표 사이가 5미터도 채 안 되는데 같은 지점까지
거리를 무려 500미터를 싹뚝 줄여 놓아 출발부터 헷갈리게 만든다.
사인암까지는 계속 오르막인지라 끙끙대면서 654m를 올라가면 34번 이정표가
나타나는데, 666m를 올라왔다고 표시돼 있다. 뭐 이 정도 오차야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정상까진 다시 740미터라고 돼 있는데, 아래서는 704미터라고 해 놨으니
아무래도 어느 한 쪽이 십 자리와 일 자리를 바꿔 써 놓은 모양이다.
그런데 조금 심각한 건, 이 지점 그러니까 사인암에서 보리밥촌이 있는 계원대
후문쪽 갈미공원까지 1,306m라고 해 놓은 것이다. 아랫쪽 산령각 앞 네모 이정표엔
사인암-산령각(654m)-갈미문학공원(320m)을 합해 974m라고 돼 있는데, 두 이정표
사이에 보이는 332m의 오차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사실 여기서 정상을 향해 가면서 나오는 이정표들도 거리가 앞뒤가 잘 안 맞는데,
볼 때마다 아무래도 수치를 고치거나 정리하는 게 좋겠단 생각이 든다. 한자 사자성어로
빗대어 말하자면 중구난방(衆口難防)에 설왕설래(說往說來)로 오리무중(五里霧中)이
되면서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난다. 그래서 모락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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