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화분의 숨은 용도
Posted 2013. 6. 2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사무실 골목 차도와 보도 블럭을 새로 놓는 공사가 한 달 가까이 이어졌다. 지난 번 공사가
얼마 안 지난 것 같고, 상태도 그리 나쁘지 않아 딱히 새로 공사할 필요는 없어 보였는데,
지자체 행정이란 게 일정 간격으로 일을 벌려야 하는 모양이다.^^ 새로 깔린 보도 블럭은
두께가 10cm쯤 됐는데,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노란색 블럭도 깔렸다.
며칠 전엔 길이가 1 미터쯤 되고 높이도 제법 되는 빈 사각통 수십 개를 트럭에 잔뜩
싣고 오더니, 새로 깐 보도 블럭 귀퉁이에 띄엄띄엄 옮겨 놓은 다음 모래를 잔뜩 채우고선
반나절도 안돼 잽싸게 꽃들을 심어 놓았다. 그야말로 전광석화(電光石火), 일사불란하게
무슨 군대 작전 실시하듯 끝내 놓았다.
그냥 길거리 화분으로 불러주기엔 조금 뭐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자세히 살펴보니
한쪽 귀퉁이에 제조회사 이름이 들어간 작은 명패가 붙어 있었다. 아, 이런 걸 운모(雲母)
화분이라 부르는군. 운모는 철, 망간, 마그네슘 등으로 이루어진 규산염 광물의 한 가지인데,
가볍고 튼튼해 동네 길거리 화분으로 많이 쓰인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길 건너 동사무소 앞에도 전부터 이런 화분이 놓여 있던 게 생각나 가 봤다.
내손1동에선 이런 색을 좋아하나 보다. 네모 화분도 있고, 둥그런 화병 모양으로 된 것도
보였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이들 운모화분이 놓인 자리가 차도와 거의 붙어 있고, 차도와
인도가 만나는 지점, 그러니까 도로변 건물에 차들이 출입할 수 있도록 턱을 없애 낮춰
놓은 지점에 집중적으로 놓여 있었다. 사실인즉슨, 이 운모화분은 거리 미관과 함께
불법주차 방지용으로 갖다 놓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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