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지던 날
Posted 2015. 4. 2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올봄 들어선 유난히 전에 안 하던 진달래 타령을 하고 있지만, 사실 점심산책길의 모락산 사인암 올라가는 길에서 요즘 가장 눈길을 끌면서 계속 찬탄(讚歎)을 금치 못하게 만드는 풍경은 따로 있다. 등산로로 연결되는 계원대와 아파트단지 사이로 난 작은 진입로 언덕에 오르면 바로 펼쳐지는 벚꽃과 연녹색을 입기 시작한 나뭇가지들 사이로 펼쳐지는 파스텔 톤의 정경들이다.
사진 속에 담긴 이 풍경을 어떻게 묘사할 수 있을까. 이건 내 능력밖이다. 이 눈이 부시도록 아스라한 그림 같은 풍경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경이(驚異)에 찬 눈과 므훗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음미하면서 되도록 천천히 걸어 통과하는 것밖에 다른 할 수 있는 게 따로 없다.
벚꽃 활짝 피어난 나뭇가지들 사이로 바라보는 풍경만 아니라, 바람 불고 비가 내려 후두둑 땅에 떨어져 있는 벚꽃잎들이 만들어 내는 풍경은 또 얼마나 신비해 보이는지, 정말 끝내준다. 저 위 산봉우리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운동만 아니라면 한 시간 내내 왔다 갔다 어슬렁거리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을 정도다.
꽃마다 아름다워 보이는 각도와 시점이 있다면, 내게는 둘 다 바로 이 순간이다. 화사하고 곱게 달려 있는 것도. 꽃비처럼 바람에 날리는 것도 아름답긴 하지만, 이렇게 땅에 깔려 이리저리 뒹굴면서 하얀 주단(綢緞, 산울림 노래에 나오는 말로 좋은 비단을 이르는 말이다)을 이루는 벚꽃 지는 날들은 참 아름답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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