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int Lobos 산책
Posted 2015. 8. 13.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미국 서부 도시들태평양을 따라 남북으로 달리는 미국 1번 도로를 Pacific Coast Highway라 부르는데, 이 중 샌프란시스코 아래 카멀(Carmel)에서 꼬불꼬불하고 좁지만 풍경이 뛰어난 해안 100마일(160km)을 따로 빅서(Big Sur)라고 부른다고 한다. Sur는 스페인어로 남쪽을 뜻한다니 Big South인 셈이다. 바다와 산 사이로 난 길을 달리면서 차창으로 내다보는 경치가 그만이고, 중간중간 차를 세워 구경하거나 걷는 재미가 제법이었다.
빅서 초입 카멀에 있는 포인트 로보스(Point Lobos) State Reserve는 캘리포니아 주가 지정한 자연보호구역 가운데 하나로, 해안을 따라 트레킹할 수 있는 오솔길이 잘 나 있었다. 주차료 $10를 내면 당일 다른 주립공원도 주차할 수 있다고 한다. 주차장이 그리 넓진 않았고, 주차장이 꽉 찼다는 안내판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냥 길가에 주차하고 걸어와서 방문하는 이들도 많은 것 같았다.
그리 길지 않은 산책로가 몇 군데 나 있는데, 나무가 장대하고 울창한 다른 공원들과는 달리 무채색 계열의 나무숲이 이채로웠다. 일부러 흑백으로 찍은 게 아닌데도 거의 그렇게 나왔다. 가지나 잎을 만지면 독이 오르는 Poison Oak도 있었고, 나무들의 생김새가 무슨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에 나올 법한 기괴한 분위기였다. 어느 정도 걸어가자 해안으로 연결되는 바위가 나왔다.
이 공원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곳곳에서 나이 드신 남녀 자원봉사자들이 공원 로고가 부착된 조끼를 입고 가이드 역할도 하고, 자신의 것으로 보이는 망원경을 설치해 놓고 해안에 올라와 쉬거나 놀고 있는 바다 사자나 물개 등을 가까이 보도록 도와주고 있었다는 점이다. 삼삼오오 모인 남녀노소 방문객들은 경청하다가 질문도 하면서 도움을 받았다.
모르긴 해도 이분들은 근처에 살면서 오랜 기간 여길 찾고 이 공원이 간직하고 있는 매력에 젖다가 지금은 자신이 아끼고 사랑하는 자연 환경과 풍경을 다른 사람들이 좀 더 누릴 수 있도록 시간과 지식과 경험을 제공하는 것일 게다. 나도 이분들이 바다 동물들이 잘 보이는 곳에 세워 놓은 성능 좋은 라이카(Leica) 망원경으로 육안으로는 잘 안 보였을 걔네들이 노는 모습을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산책로를 따라 좀 더 들어가자 태평양이 눈앞에 펼쳐지면서 아랫쪽 바위 위에 몸을 눕히고 쉬거나 놀고 있는 바다 동물들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이 보였다. 전에는 해안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는데, 얼마 전부터 안전을 위해 줄을 두르고 위쪽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한다.
제법 떨어져 있는 거리라 사진에는 잘 안 보이지만, 바위마다 물개와 바다 사자들이 수십, 수백 마리가 잔뜩 올라와 장난을 치거나 몸을 말리고 있었다. 문득 5년 전 케이프타운에 갔을 때 비슷한 풍경을 본 적이 있다는 게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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