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치 인정
Posted 2015. 12. 1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젊은 여성 둘이 등장하는 펀 비디오(fun video)를 잠깐
보게 됐다. 길이나 방향을 제대로 구분 못하는 길치(癡)나 방향치에 대한 거였는데, 무심코
보다가 나도 해당된다는 생각에 인터넷을 검색해 다시 돌려봤다. 방향에 대한 감각이 무디어
쉽게 길을 잃거나 잘 찾지 못하는 것 또는 그런 사람을 길치라고 부르는데, 다섯 가지
특징을 열거한 짧은 동영상이었다.
#1. 방향감각이 없음 #2. 지도를 볼 줄 모름 #3. 시야가 좁음
#4. 자신이 길치인줄 모름 #5. 멍청함
#1, 3. 두 달 전 홍대 거리에서 열린 와우북 페스티벌에 가는데, 지하철 출구를 잘못
나와 엉뚱한 데를 배회한 적이 있었다. 홍대 근처가 맞긴 한데, 도무지 홍대 정문을 찾지
못해 끙끙댔다. 지방의 처음 가는 동네에 들어서면 방향감각이 없고 시야가 좁은 게 여실히
드러나는데, 당최 어디쯤 와 있는 건지,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는 건지, 어떻게 가야
하는 건지 헤매다가 온통 리셋과 리부팅을 반복하곤 한다.
#2. 며칠 전 을지로 입구역에서 내려 한국은행 본점 근처에서 네이버 지도로 식당을
검색해 찾아가는데, 불과 얼마 안 되는 거리인데도 목적지를 찾지 못해 근처를 뱅뱅 돌다가
결국 길 가는 사람에게 방향을 물어 겨우 찾아간 적이 있을 만큼 지도를 잘 못 보는 것
같다. 이 경우는 기기를 잘 못 다루는 기계치도 복합적으로 해당된다.
#4. 이건 어렵지 않게 인정이 된다.^^ 요즘은 차에 네비게이션이 있어 초행지도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가지만, 전엔 이리 갔다 저리 갔다를 반복해서 동승한 아내의 눈총을
받기 일쑤였다. 길치라고 대놓고 놀리진 않아도, 당신 길치 맞다는 인증을 종종 받는다.
#5. 자존심 상하지만, 그래도 멍청하다는 건 조금 심한데..^^ 옛날 어느 대학 영어
입학시험 예제 식으로 all of these라고 바꿔 부른다면, 이건 수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위 사진은 5년 전 남아공 케이프타운에 갔을 때 주택가 골목 도로에 써 있던 낯선 용어
cul-de-sac. 도로 없음이란 뜻을 몰라 길이 어떻게 이어지나 올라갔더니 빙빙 돌아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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