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뒷태가 이렇게 다르구나
Posted 2016. 1. 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사무실에서 모락산 사인암 오르내릴 때 지나다니는 등산로 초입엔 참나무들이 많이 심겨
있다. 지난 가을 이후론 낙엽이 수북하게 쌓이면서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크게 낸다. 주위는 온통 나무들 천지인지라 특별히 눈길 줄 일은 안 생기는데, 어느날 앞태가
날렵한 S자 웨이브를 하고 있는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전체적으로 완벽한 S자는 아니어도 아랫쪽이 제법 볼만한 자태로 휘어져 있었고, 그 뒤엔
Y자로 봐줄만한 나무가 거의 붙어있다시피 서 있는 게 잠깐 시선을 끈 것이다. 다른 계절엔
꽃이나 주위에 다른 볼만한 풍경들이 생겨 별 생각 없이 스쳐 지나다니곤 했는데, 꽃도 잎도
다 사라져 이렇다 볼 게 없어진 겨울철에야 잠시 눈길을 주게 된 것이다.
내려오는 길에 뒷모습은 어떨까 싶어 바라봤는데, 아 이거 영 아니었다. 이렇다 볼품이
없고, 윗쪽은 겉껍질도 제법 벗겨나간 게 평범하기가 이를 데 없는 그렇고 그런 나무에 불과했다.
S자라 봐 주기엔 택도 없고, Y자 나무도 다른 각도에서 보니 그저 그랬다. 이게 아까 내가 본
나무가 맞나 싶을 정도로 내 눈과 판단력을 의심할 정도였다. 단순한 착시 현상이었을까,
아니면 올라갈 때 마음하고 내려올 때 컨디션 차이에서 생각이 달라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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