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콩과 스팸볶음
Posted 2016. 2. 2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외부 회의를 마치고 조금 일찍 들어온 날, 아내는 동창 모임에 다녀오면서 장을 보느라 바빴는데, 들어오자마자 한두 가지 반찬을 하려는 걸 점잖게 말리면서 내가 하겠노라고 폼을 잡았다. 어떤 대안이나 믿는 구석이 있었느냐고? 그런 거 없다. 그냥 냉장고와 부식창고 뒤져 눈에 띄는 걸로 대충 하면 되니까.^^
이집트콩(Chick Peas) 한 캔과 미니 스팸 한 통에 양파와 파 그리고 파프리카를 썰어 넣고 볶다가 고추장 한 스푼 넣어 비벼주면서 좀 더 볶으면 완성되는 간단요리다. 캔 뚜껑 따서 물 빼고 스팸 깍뚝썰고, 양파와 파 썰어 한데 넣고 볶아주는데 걸리는 시간은 3분에서 5분 정도면 되니 누구나 할 수 있는 초간단 초간편 가정요리 되시겠다.^^
냉장고를 뒤져 다른 재료가 눈에 띄면 얼마든지 더 넣을 수 있는데, 이집트콩 대신에 옥수수 캔을 써도 된다. 새송이버섯이나 오댕이 있으면 적당히 썰어 투입하면 좋고, 스팸 대신에 소세지나 참치를 넣으면 훨씬 맛있어질 것이다. 감자나 당근, 양배추도 들어가면 좋은데, 감자는 길게 썰거나 익혀 넣는 게 관건이다.
난 고추장을 쏘스로 썼지만, 식성에 따라 케찹이나 브라운쏘스를 넣어도 안될 건 없다. 아내는 질색이지만 굴쏘스도 될 것이다. 심지어 마요네즈를 넣어도 맛이 있을 것 같은데, 우린 매콤한 맛을 선호해 태양초 고추장만 넣었다. 어느 정도 넣어야 하느냐고? 그런 거 없다. 그냥 대충 떠서 넣으면 대충 맛이 난다. 중요한 건 요리하는 자신을 믿는 것이다.^^
사실은 여기에 계란을 한두 개 넣고 휘휘 저어줘도 근사한 맛이 나올 것 같은데, 나 혼자 먹는 게 아니라 급히 대타로 투입된 탓에 그런 실험정신은 다음을 위해 그냥 눌러두어야 했다. 점심을 잘 먹었는지 안 먹겠다던 아내가 성의를 봐서 먹어줘야겠다며 작은 접시에 밥 한숟가락을 덜어왔다. 반응? 안 봐도 비디오 아닌가? 1/3쯤 남은 건 다음날 아침 둘째 아침 샌드위치 재료가 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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