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 Holic
Posted 2016. 2. 2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매일 아침저녁으로 두어 잔씩 커피 머신에 내려마시는 아메리카노를 20여 년 마셔왔다. 코스코 같은 데서 몇 만원대에 파는 브라운이나 필립스 머신에 머그잔 두 잔 분량의 물을 넣고 전동 그라인더로 일주일치씩 갈아 놓은 원두를 종이 필터에 두세 스푼 넣어 전원을 켜서 내린 것을 머그잔에 가득 따라 마시는 간단 스타일이다. 아침엔 주로 텀블러에 담아 차에서 마시며, 별다방 같은 커피샵은 약속이 있을 때가 아니면 일부러 가서 마시진 않는다.
원두는 따로 취향이 있는 게 아니어서 코스코나 다른 대형마트에서 중저가로 파는 1kg 대용량을 줄곧 샀다. 아주 가끔 스페셜티 커피샵에서 200g 짜리를 살 때도 있지만, 옛날 어른들 쌀가마니나 연탄 떨어지지 않게 채워 놓으려 했던 마음 비슷하게 한 번 사면 한 달 정도 버틸 수 있도록 큰 걸 사 두는 게 습관이 됐다. 중간중간 여기저기서 들어올 때도 있는데, 어쨌든 가급적 라면하고 커피는 떨어지지 않게 하고 있다.
그런데 마트에서 파는 원두는 몇 종류 안 돼 조금 다른 걸 먹어보고 싶어 두어 달 전 위메프로 검색했더니 꽤 많은 업체가 나오길래 Holic이란 브랜드를 찍어 주문했는데, 다행히 맛과 값 둘 다 만족스럽다. 처음 두 번은 아내가 좋아하는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G4(14,500원)를 주문했고, 이번엔 과테말라 SHB 후에후에테낭고(16.900원)로 바꿔봤는데, 우리 둘 입맛엔 무난했다. 얼추 2, 30여 종의 원두를 파는 것 같은데, 떨어질 때쯤 되면 한두 종류 더 시켜서 맛을 볼 참이다.
커피맛에 민감한 이들은 이렇게 대용량으로 사서, 한 번에 며칠치를 갈아 놓고 먹는다고 하면 산화되기 때문에 커피를 제대로 즐기는 게 아니라고 하지만, 우린 대략 만족이다. 그때 그때 마실 만큼만 갈아서 핸드 드립을 하면 더 맛이 있다는 걸 모르는 바 아니지만, 단지 조금 번거롭고 귀찮다는 핑계로 우리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고보니 아침 저녁으로 꼭 커피 한 잔씩 하는 우리가 홀릭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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