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리단길 spindle market
Posted 2016. 2. 1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예전엔 별 거 없던 동네였던 이태원 경리단길이 몇 년 전부터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길래 설연휴 마지막날 점심을 먹으러 가 봤다. 차를 두고 가려다가 네 식구가 함께 움직이고, 식사 후 갈 광화문 씨네큐브 영화관이 시내 한복판에 있는데도 영화 관람객은 3시간 무료주차가 가능하단 말에 이태원 주차장을 검색하니 마침 근처에 10분당 3백원 받는 공영주차장이 있다(꽤 넓은데도 찾는이가 많아 빈 자리가 거의 없었다).
경리단길을 따라 올라가다가 남산 하얏트 조금 못 미치는 지점에 작년 말에 오픈한 스핀들 마켓(spindle market)이란 외국풍의 건물이 보이는데, 태국식 쌀국수, 샌드위치, 피자, 치킨, 빠에야 등 10여 가지 음식 가게가 모여 있는 팝업 푸드코트다. 세련된 인테리어와 분위기로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었는데, 개별 테이블이 아니라 길다란 테이블을 여럿 놓고, 간단히 서서 먹거나 마실 수 있도록 한 것부터 분위기가 색달랐다.
베트남식이 아닌 태국식 쌀국수를 파는 쏘이연남은 연남동에서 알려진 맛집이라는데, 쌀국수(8천원)를 굵은 면발과 가는 면발 두 종류로 팔고 있었다. 반으로 자른 미트볼이 들어 있었고, 살짝 신맛이 나는 뜨끈하고 시원한 국물맛이 우리네 입맛에 잘 맞았다. 비슷한 값을 받는 베트남국수집에서 나오는 양보다는 작아 남자들에겐 조금 양이 안 찰듯 싶은데, 보통은 다른 것과 함께 시키니까 한 번 맛볼 만 했다.
수제 버거에 이어 개성 있는 샌드위치집들이 늘어가는 추세인데, 유니버스 샌드위치에선 감 처트니(chutney)와 견과류가 듬뿍 들어간 치킨 샌드위치를 팔았다(두 조각에 만원). 넷이서 반쪽씩 먹었는데, 만족스러운 맛이었다. 함께 파는 고구마 냉이 콘 크림 스프(4천원) 맛이 아주 좋았다. 먹을 땐 몰랐는데, 냉이를 스프에 넣는 착상이 신선했다.
오징어 먹물 빠에야(9천원)가 있길래 안 시킬 수 없었다. 이 공간의 컨셉인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음식을 일회용 종이 그릇에 담아 주었는데, 이러면 아무래도 제 그릇에 나오는 것보단 못하게 마련이다. 커다란 접시에 나와야 하는데, 도시락 먹는 기분이다. 정초부터 입술과 혓바닥이 까매져서 서로 쳐다보면서 한참 시커먼스 놀이를 했다.^^ 커피와 생맥주도 있고 도너츠도 파는데, 벽에 달아놓은 커다란 스피커 4개가 있어 보였다.
설연휴 기간인데다 자리가 없을까봐 정오가 채 안돼 오픈하자마자 가서인지 한적했는데, 평소엔 꽤나 북적이면서 대기 시간도 긴 모양이다. 나는 안 하지만 인스타그램 하는 이들 사이엔 제법 근사한 사진들을 올리면서 소문이 난 것 같은데, 컨셉도 괜찮고 음식맛도 무난해 근처 갈 일 있으면 한 번쯤 들러볼만은 하겠지만, 일부러 꼭 가봐야 할 정도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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