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와 진화를 보는 다양한 틀
Posted 2016. 3. 15. 00:00, Filed under: I'm churching/더불어 함께
3월 설교 시리즈는 보통 교회에서 주일예배 설교 주제로는 거의 다루지 않는(어쩌다
백만 년만에 한 번 특강 정도로 다룰까 말까 하는) 신앙과 과학을 주제로 창조와 진화에
관련된 이슈들을 다루고 있다. 주제 만큼이나 형식도 참신해서, 설교자 한 사람이 혼자
말하거나 가르치지 않고, 김형국 목사가 묻고 송인규 목사가 답하는 대담 또는 인터뷰
형식으로 회중의 집중도가 높고 호응도 좋은 것 같다.
이런 편성과 구성이 가능한 것은, 기본적으로 두 설교자가 타고난 말쟁이인데다가
이런 이슈들을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을 정도로 공부가 돼 있고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게 봐서 점진적 창조론과 유신론적 진화론을 다루고 있는데, 모르긴 해도
이 분야의 보수 우파라 할 수 있는(거의 극우에 가까운 게 사실이다) 창조과학회 측이 오랫동안
전파하고 구축해 고정관념처럼 유포시켜 온 기존의 틀과는 상당히 상충되는 내용들이다.
물론 당대의 설교가들인 이들(내가 보기엔 그렇다^^)이 대놓고 기존 패러다임을 까고
부수는 전투적인 시간은 아니다. 이들은 기존의 한 가지 좁은 틀이나 이론이 아닌 다양한
틀을 소개하면서 좀 더 유연하게 이 이슈들을 생각해 보자고 초대한다. 한 마디로 진리에 대한
정직한 탐구를 게을리하지 말자는 것이고, 자기 입장과 다른 견해들을 쉽게 무시하거나
함부로 매도하지 말자는 게 이들의 목소리인 것 같다.
돌이켜 보면 거의 40년 전인 70년대 후반에 내수동교회 대학부에서 송 목사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잘은 몰라도 신앙과 과학 이슈에 대한 눈을 뜨고 비교적 일찍부터 유연한 안목을
가질 수 있었고, 복상 시절엔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장대익, 우종학 형제(둘 다 지금 서울대에서
생물진화학과 천문학을 가르치고 있다)가 기고한 과학과 신앙에 관한 논쟁적인 글들로
오리엔테이션을 받았으니, 럭키한 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시리즈 설교를 들으면서 이슈와는 별개로 망외의 소득이 있었다. 나도 은근히 나와
다른 입장에 대해 쉽게 무시하거나 백안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걸 새삼 알게 됐는데,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유연성을 상실하고 내 생각의 울타리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굳어져 가고
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쉽게 고쳐지진 않겠지만, 다양성을 인정하고 때론
포용하는 아량이랄까 근력을 길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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