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를 강조하기 시작하면
Posted 2016. 3. 6. 00:00, Filed under: I'm churching/더불어 함께
내가 다니는 교회는 여러 가지 좋은 요소를 많이 갖춰 소문이 좋게 나고, 다들 자부심을
갖고 다니는 남부럽지 않은 곳인데, 나날이 성숙해지고 발전하는 것도 있지만, 요 근래 두어
가지 우려되는 일들이 슬슬 기미를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 어떤 조직이든 모여든 이들이
경험과 배경이 달라 보는 각도에 따라 서로 다르게 생각할 수 있고(아예 다른 걸 보기도 한다^^),
외곽에선 안 보이는 부분도 있게 마련이지만, 그래도 상식선에서 내 생각을 나눠 보겠다.
몇 해 전부터 교회는 부쩍 운동성을 강조하면서 다른 교회들에 선한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네트워크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운동도 좋고 네트워크도 좋은데, 그러다보니 자꾸
모델 또는 원형으로서의 위치와 역할을 자임하게 되고, 거기에 교회가 동원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소문이 나서 보러 오고 배우러 오는 건 자연스럽지만, 목적하거나 목표로 삼으면서
기획하고 그런 구조를 만들어 가는 건 조금 다른 문제다.
한 교회에서 시작된 좋은 흐름이 운동으로 확산돼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건 남들도 다 하는
일이고, 기꺼이 나눠야 할 책임도 있지만, 충분히 숙성된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하는 것과, 일을
벌리고 그에 맞는 구조를 맞춰 가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속사정을 자세히 알 순 없어도 이런
체제로 교회가 방향 전환을 한 것 같은 인상을 여기저기서 받게 된다. 당사자들이야 때가
찼다고 여기면서 섬기는 마음으로 한다고 하지만, 교회가 동원되는 건 난 반댈세.
또 한 가지는 매년 내세우고 갱신하는 비전인데, 무슨 무슨 운동원이 되자는 등의 전투적인
구호도 촌스럽지만 부쩍 숫자를 강조하는 조짐은 어째 조금 불길하다. 가령 올해 교회비전은
<부르심에 합당한 하늘가족으로 역사를 써내려가자>이고, 그 세 번째 구호는 <15년 역사를
돌아보고 15년을 내다보자>인데, 음~ 비전부터 조금 모호하고 전투적인 동원의 느낌이
나는데다, 15년을 두 번이나 반복하는 건 조금 인위적으로 들리면서 별로 공감이 안 된다.
햇수를 내세우려면 한 100년 또는 적어도 그 반인 50년, 하다못해 한 세대에 해당하는
30년이나 최소 20년은 돼야 좀 말이 되고 면이 서지 않나.^^ 그 반밖에 안 됐으면서 돌아보고
내다보자는 건 어째 조금 성급한 느낌이 든다. 백보를 양보해 설사 그럴 필요가 혹 있다손
치더라도, 그건 다른 실제적인 구호들의 내면에 흐르게 하면 될 일이지, 이렇게 이마에
써 붙이면서 숫자를 강조하기 시작하면 보는 이들은 피곤을 느끼게 된다. 음~ 난 반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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