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펴는 봄꽃
Posted 2016. 3. 3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3월 하순도 다 가고 4월을 앞둔 동네산길엔 겨우내 움추렸던 봄꽃들이 하나 둘씩 막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서울보다 조금 남쪽이고, 그리 높지 않은 산이라 3월 말이면 제법
피어났겠다 싶지만, 활짝 피어나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할듯 싶다. 이 산에서 가장 먼저 색을
내는 생강나무도 아직 피크는 아니고, 도로변엔 이미 만발한 개나리는 등산로 초입에
살짝, 진달래는 이제 막 몽우리가 맺힌 몇 그루가 저만치 숨어 있는 정도다.
그래도 봄이 왔다고 때 되면 피어오르는 꽃들이 반갑기만 하다. 껍질 벗어제끼는
물박달나무 곁에서 매끈한 나무 줄기 위로 노란색 꽃을 툭툭 터뜨리는 생강나무는 올해도
1번 타자로 봄의 전령(herald) 역할을 제대로 감당했다. 같은 노란색 꽃에 비슷한 모양이지만
산에서 피는 건 생강나무, 집 근처에서 피는 건 산수유인지라 이제 부러 가지를 꺾어
생강 냄새 나는지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산길에 피는 봄꽃의 대표주자는 역시 진달래인데, 만개하려면 한두 주 더 기다려야 한다.
4월 분홍색 진달래에 취해 산길을 오르내리노라면 슬슬 땀이 배이기 시작하는데, 피는 덴
한참 걸리지만 지는 덴 속절 없어 허무하기까지 한 꽃이다. 이곳 모락산은 벚꽃이나 다른
봄꽃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고, 진달래가 지면 철쭉이 피어나면서 여름으로 달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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