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받침대
Posted 2016. 4. 1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모락산 사인암 가는 마지막 구간은 그리 어렵거나 위험하지 않은데, 그래도 몇 해 전에
나무계단과 함께 로프를 둘러 혹시라도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중간중간 철봉을
땅에 박고 3단 로프를 설치했는데, 그 마지막은 사인암 끝자락에 연결돼 있다. 로프는 손에
잡는 이들로 인해 느슨해지면서 흔들거리지 않도록 팽팽하게 유지하고 있는데, 로프 고리가
달려 있는 철봉 하단은 시멘트로 두텁게 감싸 땅에 박아 힘을 받게 만들었다.
이 정도면 아주 팽팽해서 별 문제 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안심이 안 됐는지 누군가가
근처에 굴러다니던 나무를 잘라 끝부분에 Y자 모양을 내서 한쪽 끝은 철봉에 걸치고, 다른
끝은 바위 밑 흙에 살짝 묻어 놓았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위 아래로 두 개를 그렇게 만들어
놓았는데, 얼핏 보면 무척 신경쓴 것 같아 보이지만 자주 다니는 내 눈엔 거의 있으나 마나
할 정도로 별 필요가 없어 보인다.
아마도 지나다니던 생각 많고 솜씨 좋은 어느 산객이 노파심에 이리 만들어 놓은 것
같은데, 좀 더 튼튼해 보이게 하려는 의도겠지만, 거의 옥상옥(屋上屋)처럼 보여 불필요해
보인다. 자칫 보는 이들로 하여금 원래의 구조물에 하자가 있어 이리 해 놓은 건 아닌가 하는
쓸데 없는 의심이 들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내겐 좋은 구경거리가 됐지만, 가끔
이렇게 안 해도 되는 것들에 생각을 분산하고 있진 않은지를 돌아보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