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 쓰레기
Posted 2016. 4. 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산길을 걷다 보면 눈살을 찌푸릴 정도는 아니지만 간간이 쓰레기가 보인다. 요즘은
예전과는 달리 의식들이 좋아져서 자기 쓰레기를 비닐봉투에 담아 배낭 고리에 매달고
내려오는 이들이 대부분인데, 그래도 간혹 앉아서 쉬면서 먹고 마신 흔적을 남기는 경우도
있고, 어디서 흘리거나 버렸는지 모르지만 바람에 날려 온 것들이 눈에 띄곤 한다.
등산로 초입에서 본 햄버거 포장지는 편의점에서 파는 치킨버거 포장지였다. 불맛을
그려놓고 이름 앞에 위대한이란 수식어를 붙여 놓았는데, 뒷면을 보니 2천3백원에 파는
모양이다. 나름 이름과 포장지는 근사한데, 맛있게 먹고 뒷처리까지 깔끔했으면 좋았을 텐데,
등산객이나 산책객이 버렸을 것 같진 않고, 하교 길의 어느 중고딩이 허겁지겁 허기를
달래고선 무심코 버렸을지 모르겠다.
십여 분을 올라가서 슬슬 숨이 차 오를만 할 때 오르막 계단 한 켠에 음료 팩이 하나
나뒹굴고 있었다. 야채수란 이름으로 봐서 건강음료 같은데, 뒷면을 보니 무, 당근, 우엉,
무청, 표고버섯 등이 들어갔는데 죄다 유기농이란다. 몸엔 좋겠지만 별맛은 없을 것
같은데^^, 이런 좋은 음료를 마셨으면 매너도 좋아야지, 누군진 몰라도 제 몸만 위하는
인사가 아무렇게나 버린 것 같았다.
물론 둘 다 내 추측이고, 천지사방에 굴러다니는 쓰레기들의 버려진 사연은 알 도리가
없다. 이런 게 눈에 띄지 않을 만큼 깔끔하면 좋겠지만, 사람 사는 세상에서 수많은 이들이
지나다니는 길에 쓰레기 하나 안 굴러다니길 기대하는 건 너무 이상적인 기대일지도
모르겠다. 줏어올까 하다가 그리 흉해 보이지 않아 그냥 굴러다니도록 내버려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