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가닥으로 뻗은 한 뿌리 나무
Posted 2016. 3. 1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멀리서 볼 때는 주로 윗부분이 보이기 때문에 한 그루로 보이던 나무가 가까이 가 보면 두세 줄기로 보이다가, 나무 근처로 좀 더 가까이 가서 자세히 살펴 보면 가려져 있던 줄기가 더 있고, 실상은 한 뿌리에서 여러 줄기로 갈라져 자라고 뻗은 나무로 확인되는 경우가 많다. 모락산 사인암 올라가는 길에 만나는 벤치 곁에 있는 나무도 줄기가 서너 갈래로 보이다가 가까이 가 보면 다섯 갈래로 뻗어 자란 나무라는 걸 확인하게 된다.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박혀 있는 나무는 묘목이었을 땐 가느다란 한 뿌리였을 텐데, 시간이 흐르면서 둘이 되고, 또 가지를 쳐서 밑부분은 든든하고 안정적으로 보이는 너댓이 되고, 그 위로 또 저마다 가지를 쳐서 수십, 수백 개의 줄기와 가지를 갖게 됐을 것이다. 잘 자란 나무를 보노라면 약소했던 뿌리 하나가 남부럽지 않은 일가(一家)를 이루기까지 세월과 풍파의 간난신고(艱難辛苦)를 겪었으리란 걸 짐작하게 된다.
사실 산길을 걷다 보면 이런 벤치 근처나 특별한 모양이 아니고선 나무의 생김새에 주목할 일이 별로 없다. 봄 여름엔 숨이 차고 땀이 나기 때문에 한가하게 나무에 눈길을 줄만한 여유가 별로 없고, 가을 단풍이 잘 든 나무는 그 색에 취하지 구태여 나무 줄기에 주목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요즘 같은 땀이 별로 안 나는 계절에야 슬쩍 시선을 주게 되는데, 공교롭게도 이파리가 다 떨어져 아무 볼 거 없어 쉬 눈을 돌리게 된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다 - 용문산 장군봉에서 (9/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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