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벚꽃 엔딩
Posted 2016. 4. 1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주말에 비가 제법 내리고 바람이 세게 불면서 미세먼지를 씻어내고 공기를 맑게 한 건 좋은데, 봄꽃들도 후두두둑 거리에 휘날리게 만들었다. 때가 되면 지는 게 꽃이지만, 꽃비로 떨어지던 올봄 벚꽃은 봄비로 거의 시즌 아웃을 맞게 됐다. 한창 만발했을 때와 지고 떨어질 때 둘 다 보기 좋은 꽃이 많지 않은데, 벚꽃은 꽃잎이 작은데다 색이 연해선지 떨어져 땅에 구를 때도 가지에 달려 있을 때 못지 않게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다.
점심산책이 시작되는 아파트단지와 붙어 있는 100여 미터쯤 되는 보도블럭 위에 꽃비가 내렸다. 그냥 흙길이어도 볼만하지만 보도블럭을 수 놓던 벚꽃잎들이 보도블럭과 담장 경계면에 파인 홈 사이에 모여들더니 둘 사이를 가로지르는 굵은 선을 그렸다. 누가 일부러 모아 놓은 것도 아닌데, 바람에 날리다가 안식처를 찾은 것이다. 다시 그 풍성하고 화사한 풍경을 만나려면 꼬박 한 해를 기다려야 하지만, 올해의 소임을 잘 마쳤으니 짝짝짝 박수를 보낸다.
조금 올라가 등산로에 접어드니 보도블럭보다 푹신해 보이는 벚꽃 카펫 사이로 흙길이 나 있다. 벚꽃 엔딩 길을 먼저 걸어간 이들의 마음이 얼마나 들떴을지 가볍게 짐작이 된다. 그 사이 연녹색으로 갈아 입은 산색은 또 다른 계절과 풍경의 등장을 예고하면서 등산객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