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타는 나무
Posted 2016. 7. 1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지난주엔 점심 때 사인암에 올랐다가 내친김에 모락산 정상까지 갔다 왔다. 사인암에서 정상
방면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전에 없던 팻말이 하나 서 있었다. 바위 타는 나무란 흥미로운 이름으로
눈길을 끌었는데, 뭔가 싶어 둘러보니 바위 사이에 자라고 있는 나무를 부르는 이름이었다. 갑자기
생긴 건 아니고, 전부터 있던 건데 최근에 팻말을 세우면서 이리 명명해 놓은 것이다.
음~ 이게 이렇게 이름을 붙일만큼 신기한 거였나 하는 생각에 자세히 살펴보니 사실 특별한 건
없었다. 어느 산에나 있음직한 나무와 바위였는데, 이름을 지어 팻말을 세워놓으니 그럴싸하게 보였다.
나무가 두 바위 사이에서 자라고 있으니 틀린 이름은 아니었지만, 딱히 이름을 지어 부르고 팻말을
세울 정도는 아닌데, 좀 오버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마치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의
커다란 바위에 거북이바위란 팻말을 세워 놓는 것과 비슷해 보였다.
보통 바위를 탄다고 하면 어감상 커다란 바위 틈새를 비집고 휘어져 자라거나, 절벽 같은 데서
어려운 악조건을 극복하면서 당당히 자란 나무를 연상하게 되는데, 이건 조금 싱거웠다. 거창하게
바위를 타고 자란다기보다는 그냥 바위 사이에서 자라는 나무 정도였다. 반대쪽에서 보면 두 바위를
갈라놓고 있는 것처럼도 보이는데, 어느 경우든 잘 안 어울리는 작명 같았다.
이름은 좀 생뚱맞았지만, 그래도 빙 둘러보니 나름대로 볼만한 구석이 없진 않았다. 따로였다면
평범한 바위와 나무로 둘 다 별 볼품이 없었을 텐데, 이런 모양을 하고 어울려 있는 바람에, 그리고
누군가 이름을 붙여 팻말을 세워놓아 새삼 주목을 받게 됐으니 말이다. 좌우 바위 둘 다 나즈막한 게
어느 쪽이든 바위를 딛고 올라가기 좋아 보였는데, 그랬다간 누군가 한 술 더 떠 바위 타는 나무와
나무 타는 사람이라고 덧붙여 불렀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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