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꽃
Posted 2016. 7. 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사인암 올라가는 길엔 바위가 많은데, 그 중 거북이를 닮아 떡 하니 서 있는 커다란 바위 위에 잔가지 비슷한 것들이 수북하니 쌓여 있었다. 늦가을도 아니고 잔가지가 떨어질 계절은 아니어서 가까이 가서 보니 가지는 아니었고, 보통 10cm에서 큰 건 20cm 가까이 되는 밤꽃이었다. 주위에 있는 밤나무에서 떨어져 노닐다가 어떤 건 큰 대(大) 자로, 어떤 건 들 입(入) 자로, 그리고 이런 식으로 이름 붙이자면 끝이 없을 이런저런 기호와 모양을 하고 있었다.
바위 위만 아니라, 요즘 산길엔 밤꽃이 많이 떨어져 있다. 떨어진 지 오래돼 말라가는 것들도 있고, 얼마 안돼 아직 형체를 유지하고 있는 것들도 보이는데, 둥글둥글한 밤 열매와 매칭이 되지 않아 처음엔 그냥 풀이나 이파리인 줄로만 알았다. 이 정도로 떨어져 있으면 주위에 있는 밤나무에서 특유의 밤꽃 냄새^^가 진하게 날만도 하지만, 알레르기 비염으로 한 쪽 코가 안 좋아서 맡아지진 않았다.
밤꽃들 사이에 밤송이가 생기니 길바닥에 떨어진 것들만 보지 않고 나무에 어떻게 달려 있나 보려고 눈을 들었더니, 높은 곳에 있는 밤송이는 아직 여물지 않았는지 안 보이고, 아래쪽에 늘어져서 곧 떨어질 것만 같은 밤꽃 몇 개만 볼 수 있었다. 치렁치렁 매달려 있는 밤꽃 때문에 무슨 정글에라도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게 만든다. 무슨 꽃이 저리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저 꽃들 때문에 맛있는 밤이 여물 테니 기꺼이 꽃으로 인정해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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