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치 있는 벤치들
Posted 2016. 6. 2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도시나 시골, 산이나 바다 어디를 가든지 쉽게 볼 수 있는 소품 중 하나가 벤치다. 지하철이나 미술관 같은 실내에서나, 공원이나 둘레길 같은 실외에서도 띄엄띄엄 군데군데 볼 수 있다. 벤치 하면 떠올려지는 표준적인 모양새를 하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개중엔 조금 독특한 모양이나 재질로 눈길을 끄는 것들도 있다. 평범하게 아무렇게나 개성 없이 만들진 않겠다는 고집도 느껴지고, 나름 운치도 있어 앉기 전에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벌써 눈이 즐거워진다.
서울시청 건너편 덕수궁 돌담길엔 배 모양의 날렵하고 조금 고급스러워 보이는 등받이 없는 벤치가 놓여 있어 근처 서울미술관이나 광화문에서 돌담을 따라 걸어오는 길에 일부러라도 잠시 앉았다 일어서곤 한다. 돌받침도 특색 있는데,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덕수궁 돌담 풍경과 잘 어울린다.
벤치는 대개는 브라운 컬러인데, 간혹 색을 달리해 멋을 내기도 한다. 파주 프로방스 마을 한 구석엔 화이트 톤 벤치가 놓여 있는데, 주변의 고흐 풍으로 꾸민 가게들과 잘 어울려 보인다. 등받이도 약간 멋을 냈는데, 이런 모양의 벤치를 보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다 좋아라 하면서 앉아보고 싶어질 것 같다.
파주 프로방스 마을의 예쁜 집 (9/22/11) 파주 프로방스 마을의 예쁜 창 (9/23/11)
제주도 같은 망망대해 앞에 놓인 벤치는 누구라도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앉아 상념에 잠기게 만드는데, 혼자서도 충분히 멋있지만, 마음이 가는 이와 함께라면 정말 잊지 못할 순간을 만들어 줄 것 같다. 5년 전 시진이라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하얏트 호텔 산책로였던 것 같은데, 바다와 벤치를 바라보며 사람이 없을 때, 떨어져 앉았을 때 사진도 찍었지만, 그래도 역시 이 중년 커플이 만들어내는 흐뭇한 케미가 갑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