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스 있는 카피
Posted 2017. 1. 2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
가끔 거리에서 고개가 끄덕여지고 기발한 발상이 돋보이는 문구를 붙여 놓은 곳들을 만난다. 무심코 지나다니는 이들의 눈에 순간적으로 띄어야 하기 때문에 약간 선정적이기고 하고, 유치한 싸구려 티를 풀풀 내기도 하지만, 어디다 내놔도 손색없을 정도로 제법 세련된 언사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흥미롭게 바라보게 만든다. 이런 센스 있는 카피를 선사하는 대표적인 길거리 가게 중 하나가 주점이다.
대개 손님들, 그러니까 주당들의 넋두리나 낙서에서 힌트를 얻은 것들로 추정되는데, 장사속이라지만 차라리 귀여운 구석이 있어 보인다. 주저리 너저리 나열하기보다는 한 방이 있는 직설적인 카피들이 더 눈에 띄는데, 모르긴 해도 매출에 제법 영향을 줄 것 같다. 주당이 아닌지라 각종 희한한 카피들로 손님들을 끌어모으는 구석구석 숨어 있는 명소들을 별로 구경하지 못했지만, 가볍게 눈에 들어오는 것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강남역 양방향 골목엔 주점들이 즐비한데, 그 중 한 집이 추운 날씨에 시비를 걸며 도전을 선언했다. 옷 값보다는 술 값으로 쓰라는 건데, 도발적이면서도 은근한 유머가 느껴졌다. 이 집 술이나 안주 맛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카피 메뉴만큼은 엄지 척 해줄 수 있겠다. 재작년 겨울 하회마을 노점에선 안동 사투리로 적어 놓은 몇 가지 안내문을 볼 수 있었는데, 조촐하나마 적과 흑으로 대비시켜 멋을 내면서 시선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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