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것들
Posted 2017. 2. 2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며칠째 사무실 지하주차장 엘리베이터 앞 공간에 수리를 하려는듯 복사기들이 여러 대 놓여
있다. 아마 이 건물 입주자 가운데 한 곳이 이런 수리를 하는 업체인 모양인데, 공간을 덜 차지할
요량으로 다닥다닥 붙여 놓은 게 키와 모양이 비슷해 한 회사 제품처럼 보였다. 요즘 복사기 값이
얼만진 몰라도 백만원대가 넘는 비싼 사무용품이었고, 사무실에선 없어선 안 되는 필수 장비
가운데 하나였는데, 이렇게 지하 구석에 처박히는 신세가 된 게 딱해 보였다.
그러고보니 우리 사무실도 복사기를 없애고 안 쓴 지 제법 됐는데, 요즘 웬만한 프린터들이
복사와 스캐너, 팩스 기능을 겸하는 복합기능을 갖고 있어 따로 복사기를 둘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또 언제부터인지 회의석상에선 회의 안건을 담은 프린트물을 돌리지 않고, 스크린에
띄우거나 카톡방에 올린 자료로 대신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물론 가끔 복사기가 필요한 경우도
생기지만, 어떻게 어떻게 해결이 되니 복사기의 효용 가치가 부쩍 줄어든 것이다.
일전에 인터뷰와 강의를 녹음한 테이프와 비디오들이 거의 쓸모 없어져 버린 적이 있는데,
복사기도 슬슬 그런 운명에 처해지는 모양이다. 하나 장만하려면 다른 지출을 줄이고 카탈로그
비교하면서 신중하게 고르던 기억이 생생한데, 시나브로 자리만 차지하거나 부쩍 줄어든 용도에
애물단지가 되어 가고 있으니, 다음엔 또 어떤 물건이 이런 고물과 퇴물 신세가 될지 시간의
흐름이 참 속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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