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피로연
Posted 2017. 2. 2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대학부 때 가까이 지내던 후배가 딸이 결혼한다며 초대해 주말에 아내와 함께 다녀왔다.
논현동에 있는 하우스 웨딩 전문 예식장이었는데, 10명이 앉는 피로연 라운드 테이블에 앉으니
일일이 엽서 크기의 메뉴판까지 놓은 게 그럴듯했다. 가지런한 테이블 세팅에 애피타이저-스프-샐러드
-메인 디쉬-디저트-커피까지 풀 코스로 음식을 내 놓았는데, 스테이크와 티라미수 케이크 사이에
작은 사이즈로 잔치국수를 배열해 혼인 잔치 기분을 내게 한 것도 흥미로웠다.
빵과 쥬스를 먹으면서 기다리다가 서빙이 시작돼 맛있게 먹고 있는데, 옆자리에 앉은 젊은
손님들이 나누는 대화가 본의 아니게 들려 왔다. 여기에 여러 번 와 봤거나 이런 결혼 피로연에
많이 가본 듯, 지금 먹고 있는 음식의 가격을 서로 주고 받고 있었는데, 대충 들어보니 세 단계쯤
되는 것 같았다. 액수도 들렸지만, 좋은 날 맛있는 음식에 집중하는 게 건강에 좋아^^ 그러려니
하고 대충 듣고 흘려넘겼다.
양가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하객들이 많았는지, 우리보다 조금 뒤에 내려 온 이들은 입장하지
못하고 근처에 있는 다른 식당으로 안내하는 것 같았는데, 같은 음식을 주었을 리는 없을 테니
어느 쪽이 나았을지 살짝 궁금해졌다.^^ 불현듯 우리도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아이들이 품을 떠나는
이런 시간이 오겠고, 피로연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순간이 오겠지만, 짝도 잘 만나고
어른들도 소박하고 격의 없이 말이 통하는 집안이었으면 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
일차적으로 당사자들이 알아서 하고 우린 응원하고 지원하겠지만, 교회에서 하건 외부에서
하건 한국의 결혼 예식과 이어지는 피로연 문화는 대체로 썩 마음에 들진 않는다. 차분하고 의미
있는 결혼예식과 피로연이 없는 건 아니지만, 대체로 해 치우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도 막상 그 날을 당하면 어찌될진 몰라도 당사자-양가-하객들 모두에게
기쁨과 보람을 주는 시간이 되면 좋겠단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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