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꽃
Posted 2017. 8. 2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오래돼 보이는 나무 등걸 위에 버섯꽃이 활짝 피어났다. 나무 뿌리로부터 등걸 거의 전체를
휘어감듯 많이 피어 있었는데, 버섯 특유의 화려한 색이었으면 너무 도드라져 보일까봐 어두운
색을 하고 있으면서도 나름대로 멋을 잃지 않으려는듯 가장자리를 하얗게 코팅하고 있었다. 물결도
이런 웨이브가 없을 것 같은, 튀어 보이면서도 전체적으로 서로 어울리고 세련돼 보이는 색감이
대단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등걸에서 조금 떨어진 낙엽더미들에선 역시 낙엽들과 비슷한 컬러를 한 작은 버섯들이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있었다. 누가 저걸 버섯이라 봐줄지, 얼핏 봐선 버섯인 줄 모르고 그냥 밟고 지나칠
수도 있게 생겼는데, 등걸 위에 피어나는 버섯꽃들의 화려함과는 달리 버섯 특유의 소박하다 못해
무심해 보이는 아름다움이 엿보였다.
등산로 나무 발판 가운데 하나에는 아래서 본 버섯이 위 아래 양쪽으로 길게 형성돼 있어 색다른
구경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위나 아랫쪽 한 군데서만 피어나도 독특해 보였는데, 층층 구름처럼
발화(發花)하니 좀 더 특별해 보였다. 그러고 보면 버섯도 어디에 자리를 잡느냐에 따라 같은 모양이라도
전혀 다르게 보이니, 이들의 생존법이랄까 변화술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