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거장 앞 과일가게
Posted 2017. 10. 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아내가 여행을 가서 오랜만에 혼자 예배를 드리게 돼서 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갈 땐
버스와 지하철로, 올 땐 광역버스를 탔는데, 버스 정류장 앞에 오징어 잡이 배도 아닌 것이 천장 가득
환한 불을 밝힌 간판 없는 과일가게가 성업 중이었다. 정류장 전광판엔 9301번 올 때까진 10분이 걸린다고
나와 있어 이어폰으로 가수 요조와 소설가 장강명이 하는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를 들으면서
가게 풍경을 두리번거렸다. 점포 두 칸에서 과일만 아니라 야채까지 파는 제법 큰 가게였다.
웬만한 과일은 다 있어 보였는데, 사과 한 상자에 9천원, 배 15kg 한 상자에 2만3천원을 받는 등
대체로 상당히 싼 가격으로 손님들을 끌고 있었다. 품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대형마트나 재래시장
가격보다 훨씬 싸 보였는데, 아마 중간유통과정을 줄여 싸게 많이 파는 박리다매 전략인듯 싶었다.
길 한쪽에 꾹꾹 눌러담아 바리바리 쌓아 놓은 과일 포장재 비닐들이며, 행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걸로 봐서 제법 인기가 있어 보였다.
차를 안 갖고 나오면 이런 구경도 할 수 있어 좋은데, 구경하다보니 견물생심이라고 한두 개 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뭘 살까 하다가 아이들 얼굴만한 배 3개를 5천원에, 고기 쌈 해 먹을 깻잎 묶음을
2천원 어치(조금 많겠다 싶은 열 묶음 정도를 기본으로 팔았다) 사니 까만 비닐에 담아주었다. 저녁 먹기
전에 배 하나를 깎아 접시에 담으니 한 개 깎은 거라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넘쳐났다. 아주 달진
않아도 맛이 없진 않아 몇 개 집어먹으면서 허기를 달래고, 밥 먹고나선 훌륭한 디저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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