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쾌한 경험
Posted 2017. 12. 17. 00:00, Filed under: I'm churching/더불어 함께지난주일에 불쾌한 경험을 했다. 새벽에 내린 눈과 추위 여파로 아내와 g가 가까운 교회에
가겠다길래 점심 먹고 혼자 버스와 지하철로 교회로 향했다. 한 시간 반 전에 나왔지만, 날씨
탓인지 겨우 정시에 교회에 도달했는데, 마침 2, 30초가 지났는지 출입문을 닫고 잠궈서 로비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처음 10여 분을 모니터를 보며 예배드려야 했다. 전에도 한두 번 늦은
적이 있어 낯선 경험은 아니었지만, 당연히 기분이 안 좋았다.
전부터 교회가 이러는 거, 대단히 폭력적인 조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문을 꼭 닫아야 할까?
(1/7/16) 아니, 조금 늦은 게 무슨 대수라고 문까지 걸어잠그고 밖에서 예배드리게 하다가 찬송과
기도 순서가 끝나면 문을 열고 들어가게 하는 건지 도통 이해가 안 된다. 예배는 하나님을 만나고
경배하는 시간이니 조금 일찍 와서 차분하게 준비하는 게 맞지만, 좀 늦었다고 이렇게 차별
대우를 해야 하는 건가? 이런 차별 대우는 인권적 차원에서도 말이 안 되지 않나 싶다.
요즘 (젊은) 교인들이 제시간에 안 오는 일이 잦고, 예배 시작하고 입장하면서 왕왕 먼저 와
앉아 있는 이들의 분위기를 깨뜨리다 보니 오죽하면 이렇게까지 하나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문을
걸어 잠그고 일단 대기시켰다가 중간에 입장시키는 건 연주회도 아니고 정말 볼쌍사나워 보인다.
늦게 왔으니 벌을 주는 건가? 성경적으로 늦게 온 이들이 좀 더 대접 받으면^^ 어디가 덧날까?
이런 건 도무지 정상적인 교회가 할 일이 아니다. 아마 선교단체들도 이렇게는 안 할 것이다.
이게 사실 별로 개선될 전망이 없는 지극히 운영자 중심의 갑질 조치라는 건, 2년이 지나도록
별로 나아지지 않는 현상으로 입증된다. 이런 건 훈련과 경계(discipline & correction)로 되는 게
아니다. 뭘 해도 이런저런 이유로 여전히 지각하는 이들은 있게 마련이고, 이들의 상당수는 나처럼
로비에서 집중하지 못한 채로 예배 첫 부분을 날려버리기 십상이다. 생각 같아선 확 그냥 막 그냥
일어나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이들도 혹 있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하나님 나라 복음이니, 찾는이들과 함께하는 예배를 표방하면서 이러면 곤란하다. 여기에
무슨 복음과 은혜가 있는가? 일찍 오는 이들만 환영받고, 늦게 온 이들은 구박하는 것 같은 이런
우스꽝스러운 조치가 2년여 지속되는 건 이상해도 한참 이상해 보인다. 물론 나는 찾는이도 아니고,
당연히 일찍 왔어야 했지만, 내 보기엔 교회의 이런 조치는 은혜와 자비와 긍휼이라곤 1도 없고
속 좁고 알량한 바리새주의의 화신에 다름 아니다. 교회는 훈련소가 아니잖은가.
'I'm churching > 더불어 함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승전 나들목 (0) | 2018.02.26 |
---|---|
컨퍼런스 오프닝 (0) | 2018.02.02 |
기초와 균형 그리고 조화 (0) | 2017.12.10 |
Shiker님 부부 (0) | 2017.12.04 |
단순해진 사명선언문 (0) | 2017.10.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