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 나들목
Posted 2018. 2. 26. 00:00, Filed under: I'm churching/더불어 함께
매년 2, 7월은 대표목사가 안식월을 가져 부교역자들이나 초빙 설교자들의 메시지를 듣게 된다. 2월 한 달 간 부교역자 넷이 모험을 주제로 메시지를 전했는데, 내년에 5개 지역으로 나눠 유기적 관계를 갖는 네트워크 교회로 분립을 앞두고 각 지역에서 주설교자로 일할 게 예상되는 이들이었다. 3부는 청년부 시간이라 2부에 네 주제를 관심 있게 들었다.
인생을 모험이라는 관점에서 다루는 메시지들은 주제 자체가 스펙타클하고, 파란만장 우여곡절(up & down) 스토리가 따르면서 회중의 흥미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어떤 의미에선 인생과 신앙이 모험으로 가득 차 있기에 웬만하면 회중의 공감과 호응을 얻기 딱 좋은 주제 가운데 하나다. 모험과 관련한 다양한 이슈들과 그에 어울리는 본문을 큰 그림으로 푼 후 자신들의 모험담(?)을 진솔하게 들려주었는데, 크게 모험적이진 않고^^ 대체로 무난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거의 공통적으로 옥에 티처럼 거슬리는 게 있었는데, 약속이라도 한듯 죄다 기승전 나들목으로 마무리해 메시지를 조금 싱겁게 만든 것이다. 앞에 무슨 내용을 말하든, 어떤 모험을 하든 마무리는 기계적으로, 아니 거의 자동으로 네트워크 나들목(의 모험)이어야 한다고 몰아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시리즈의 기획 취지가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되면 다루는 콘텐츠가 좁아 보이고 목적성 설교로 귀착하는 오류를 범하기 쉬워진다.
어떤 주제를 다루든 본문을 치열하고 깊게 파면서 광맥을 발견한 기쁨을 들려주면 회중은 설복(說伏)되기 마련인데, 자칫 결론을 유도하다 보면 메시지 특유의 신선한 긴장과 감동은 줄어들고 당위와 필연만 남게 돼 억지스러워지기 십상이다. 모험이란 게 본디 그렇듯이 교과서적 접근보다는 신비의 영역을 조금 남겨두고 기대하고 분투를 촉구했다면 더 좋았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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