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새총 만세
Posted 2018. 2. 2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종종 산길을 걷다 보면 새 가지가 삐죽 솟아 자라는 나무들을 보게 된다. 부지기수로 보이는
나무들에선 셀 수 없을 만큼 흔한 일일 텐데, 평소 잘 의식하지 못하다가 어떤 순간, 어떤 자리에서
불현듯 눈에 띄는 것이다. 꽃과 잎으로 풍성하고 울창한 계절을 보낼 땐 안 보이다가 다 떨어뜨려
나무 자체는 볼품없어졌지만, 그래서 오히려 작은 변화가 식별이 가능해지는 황량한 계절의 선물이다.
베이고 잘려 나간 나무가 말라 죽지 않고 삐죽 손을 내밀기 시작할 때 그렇게 대견할 수가 없다.
잎이 거인처럼 커다란 후박나무가 많은 모락산에서 주위 나무들을 잘 자라게 하려고 잘라낸
작고 홀쭉한 나무가 더 가늘게 새 가지를 내기 시작했다. 양 쪽에서 경쟁하듯 자라는 게 마치 두 팔
벌려 환호하는 모양새라 더 발걸음을 잡아당겼다. 뭐가 좋아서 이렇게 만세라도 하는 것처럼 환호하는
걸까. 모진 운명을 딛고 다시 살아낸 기쁨을 표시하는 걸까. 양팔 벌린 새 가지 둘은 마치 어릴 때
갖고 놀던 고무줄을 걸어 당길 수 있는 새총처럼도 보여 더 반가웠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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