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것들
Posted 2018. 2. 2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우리 사무실 건물 위층에 수리업체가 있는지 종종 주차장에 복사기들이 놓여 있을 때가 있다.
몇 개의 모델이 섞여 있는데, 상태가 괜찮아 보이는 것들도 있지만, 낡아 보이고 약간 파손된 모델들이
뒤섞여 있다. 수리를 의뢰 받은 건지 마친 건지 모르게 서 있곤 하는데, 며칠 지나면 몇 개가
없어지곤 하니 그런대로 순환이 되는 모양이다.
그러고보니 사무실에 자리를 차지하더라도 없으면 불편하고 일이 안 돼 비싸지만 다들 제조사와
사양을 따져가며 구입하고, A4 용지는 재고가 떨어지지 않게 박스로 쌓아두던 요긴한 사무장비였는데
(나중엔 구입하지 않고 리스로 빌려 쓰기도 했다), 요즘은 쓸 일이 많이 줄었고, 없어도 별 불편을
못 느끼면서 시나브로 거의 안 쓰는 시대가 됐으니 격세지감이 든다. 요 몇 년 사이에 회의에서
서류가 사라지고 웬만한 데이타는 스마트폰으로 주고 받게 되면서 급격히 효용이 줄어든 결과다.
복사기만 이런 신세가 된 건 아니다. 아날로그 시대를 풍미했던 카세트 테이프, CD, DVD, usb 등도
사라졌거나 사라져 가고 있다. 『아날로그의 반격 The Revenge of Analog』 같은 책에선 이렇게 사라져
가던 것들(레코드판, 종이, 서점, 필름 등)의 반격과 부활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이미 추세와 대세는
거역하기 어려워졌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짧은 2월의 마지막날이어서인지 살짝 멜랑콜리하다.^^
+며칠 전에 예약을 걸어두고 월말에 올리기 전에 같은 제목으로 비슷한 내용을 다룬 적이 있는 것
같아 검색해 보니 작년 이맘때(2/26/17) 다룬 적이 있다. 딱 일년이 지났는데, 같은 사물과 현상을 보는
눈이나 생각이 거의 달라지지 않고 복사한 듯 그대로이다. 별 차이 없는 이번 것은 내릴까 하다가,
일상을 복사기로 카피한 듯한 느낌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 그냥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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