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기슭 설상 전시회
Posted 2018. 2. 2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강추위가 맹위를 떨친 올겨울엔 점심 때 사인암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대신 둘레길처럼 마련된
산책로를 걷는 시간을 종종 가졌다. 한 주일 이상 산을 찾지 않는 날도 있다 보니 꾀가 나면서 몸이
굼떠지고 걸음도 느려지는 게 계절탓이려니 하고 있지만, 대신 십년 넘게 맨날 다니던 길을 조금
벗어나니 숨어 있던 풍경들을 새롭게 볼 수 있어 심심하지 않았다.
그 중 하나가 계원대 캠퍼스 뒷편 산기슭인데, 완만한 공터에 놓여 있는 작품들이 눈이 오면서
설상 전시회로 변모했다. 캠퍼스에서 전시한 다음 산기슭 공터에 수년째 놔 두고 있는 건데, 그냥
내가 이름 붙여본 것이다. 산길에 볼 게 많은 봄여름엔 특별히 눈에 잘 안 띄다가 단풍철에 주위와
잘 어울리면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눈이 내린 다음엔 하얀 눈길 위에서 다시 작품전 분위기가
연출되면서 걸음을 멈추고 하나하나 둘러보게 만들었다.
이곳에 모아 놓은 작품들은 철판과 돌로 된 것들이라 작품 제목이나 설명이 없어도 척 보면 무슨
작품, 어떤 컨셉인지 파악되는 것들도 있지만, 무슨 의미인지 상상의 나래를 펴게 만드는 작품들도
있는데, 그때 그때 내맘대로 해석하다 돌아오곤 한다. 어떤 것들은 커다란 건물 앞에 세워놓아도 딱히
손색이 없어 보이기도 하는데, 유명세를 얻지 못해서인지 이렇게 찾는 관객이라곤 거의 없는 산기슭에
방치되는 신세이니 나라도 가끔 봐 주는 수밖에 없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