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인가 했더니
Posted 2018. 2. 2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
설날에 본가에 갔는데 못 보던 그림이 거실 바닥에 놓여 있었다. 서예가셨던 장형(長兄)의
작품들이 걸려 있는 집에 상당히 튀는 모던 아트 작품이 있을 리가 없는데, 조카가 갖다 놓은
건가 싶었다. 가까이 가 보니 영어 문구 아래 색색의 나뭇가지며 그 위에 앉은 새들이 무척 단순해
보여 이 집에 웬 현대예술이냐고 했더니, 형수님이 그거 작품 아니고 상(床)이라면서 웃으셨다.
그러면 그렇지, 이 동양화적인 집에 서양화가 놓일 리 없었던 것이다. 상판을 단색으로 밋밋하게
하지 않고 싸구려 그림을 새긴 건데, 무슨 작품이라도 되는 양 혼자 착각했던 것이다. 뒤를 돌려보니
상다리 4개가 달려 있는 접이식 상이었다. 약간 허망한 마음으로 그림을 다시 보니 그림도 수준을
논할 수 없는 유치하고 허술하기만 했는데, 이걸 웬 모던 아트 운운하면서 정초부터 식구들을
한바탕 웃기고 말았으니,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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