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걸음을 부르는 숲길
Posted 2018. 5. 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숲길은 사철 서로 다른 모습으로 연중 어느 때나 기다려 주고 있지만, 신춘을 지나 신록에 접어들어 숲에 새 기운을 물씬 풍기는 이맘때 풍경은 눈에 편하기도 하고 놓치기 아까워 발걸음을 부른다. 숲길이 시작되는 초입부터 햇살을 받으면서 반짝이기도 하고 빛나기도 하는 나무들이 환영 인사를 건네면 역시 오길 잘했다면서 마음은 안정되고 더 깊은 숲길을 향하는 걸음걸이가 조금씩 빨라진다.
등산로를 따라 양쪽으로 늘어선 키 큰 나무들은 귀빈을 맞이해 도열한 나무 의장대들인데, 보무당당하게 걸으면서 중간중간 눈인사를 건네며 눈을 맞춰주면 신록의 푸르름과 아름다움으로 반겨준다. 산에는 이런저런 볼거리들이 가득하지만, 역시 숲길을 이루는 나무들이 첫인상을 좌우하고 마지막 환송까지 두루 열일을 하는 것 같다. 특히 비라도 내린 다음날은 채도가 강해져 뚜렷한 그림을 선사해 준다.
사무실 앞에 있는 익숙한 모락산 풍경과는 달리 오랜만에 은고개 안쪽에서 출발해 남한산성 벌봉까지 갔다 오는 길은 주말인데도 등산객들이 많지 않아 호젓했다. 등산로엔 마른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스락거리면서 왜 이리 오랜만에 왔느냐며 말을 걸어왔다. 어떻게 하다보니 그리 됐다니까 웃으며 개그에 다큐로 반응하느냐며 조금 더 올라가면 산철쭉이 남아 있고, 높이 올라갈수록 아직 안 피어난 봉오리들을 볼 수 있을 거라며 5월 신록엔 부지런히 찾아오라는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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