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와 미소
Posted 2018. 5. 2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두어 주 전 주일 아침, 매일 다녀오시는 주간보호센터(Day Care Center)가 쉬는 날 모친과
동네 나들이를 했다. 우리 아파트 단지 건너편에 산곡천을 끼고 벚꽃터널 산책로를 잘 조성해 놓은
이웃 단지까지 차로 가서 잠시 걷다가 벤치에 앉아서 따스한 햇볕을 쬈다. 벚꽃은 이미 진 지 오래이고
군데군데 핀 산철쭉도 거의 끝물이라 좋아하시는 꽃구경은 제대로 못했지만, 신선한 아침 공기가
모처럼의 모자의 산책길을 가볍게 만들어 주었다.
우리집에서 걸어서 10분도 안 걸리는 동네길을 몇 년 전 처음 오셨을 때만 해도 혼자 다니시기도
하고 옆에서 모시고 천천히 걷다 오기도 했는데, 이젠 이 짧은 거리도 차로 가야 하고, 잠시 걷는 것도
버거워하시기에 이르러 걷는 시간은 잠깐이고 내내 앉아 계셨지만, 그래도 좋아하셨다. 걸음도 빠르시고
기억력도 좋으실 뿐 아니라 셈도 바르셨는데, 이젠 추억을 소환하는 질문을 몇 개 드려도 가물가물을
넘어 단답식 대답에 입버릇처럼 잊어버렸어를 반복하신다.
우리집에 오신 지도 햇수로 7년이 됐는데 자식으로서 노년의 끝자락을 함께하는 게 당연하지만,
팔구십 평생 형성된 노인의 사소한 고집과 습성을 충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못된 성깔로 서운하게
해 드릴 때도 많아 아내의 핀잔을 종종 듣는다. 모시기 전까지 간직한 기억들과 노약해지신 지금의 모습은
어쩔 수 없는 간격과 괴리를 보이는데, 이게 싫어 부러 짜증을 내는 건지도 모르겠다. 별 거 아닌데도
소소한 즐거움을 드리는 이런 시간을 자주 가져야겠다 싶으면서도 마음과는 달리 잘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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