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숲에서 1년
Posted 2018. 10. 1.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9월에 산 책들 가운데 『숲에서 1년』(심플라이프, 2018)을 먼저 읽었다. 40대 중반의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 사는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이고 편집자인 토르비에른 에켈룬은 일과 육아(아내도 직장에 다녀서 분담하는듯) 등으로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다가 문득 1년간 한 달에 한 번씩 혼자 집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노르마르카란 숲에 들어가 지내기로 결심하고 실행에 옮겨 1월부터 숲속에 들어가 하루를 보내다 오는 기록을 남긴다.
배낭과 타트, 침낭과 매트, 헤드랜턴 등 장비를 준비하고 하루를 지낼 식품과 물건들을 바리바리 준비하고(처음에는 엄청 무겁게 이것저것 싸 가지만 점점 경험이 쌓이고 지혜가 생기고 계절이 바뀌면서 짐무게는 줄어든다), 지도를 보면서 걷다가 호수 옆에 텐트 치고 모닥불 피우고 간단히 조리해 먹고 커피를 끓여 마시고(물은 호수에서 그냥 떠먹는다) 책을 읽다가 잠이 들고, 추위와 비에 뒤척이다가 다음날 일찍 돌아오는 여정을 저자는 마이크로(micro) 탐험이라 불렀다.
도시에 살지만 어릴 적 산에 다니거나 캠핑과 트레킹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동경하던 삶인데, 저자는 유일한 방해와 장애물인 굳이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게으름과 귀차니즘을 떨치고, 용케 매달 빠뜨리지 않고 숲에 다녀온다. 거의 같은 장소에 가지만 나름대로 다양한 루트로 가기도 하고, 한 번은 낚시하는 친구 둘과, 또 한 번은 사진가와, 어린 아들을 데리고 간 달도 있지만, 나머지는 오롯이 혼자 가서 혼자 시간을 보내다 온다.
계절의 변화와 자연의 소소한 변화들을 바라보는 심정을 이렇다 할 감정기복 없이 담담하게 기록했는데, 마이크로 『월든』(micro Walden) 느낌을 받았다. 제목과 소재로 한몫하는 이런 책은 읽기 전부터 웬만하면 따라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고, 읽으면서는 꼭 해 봐야겠다고 부추기는데, 당연히 매달은 아니어도 계절마다 한 번씩 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캠핑은 자신이 없고 산행 대신 아침 일찍 수목원이나 숲속에 가서 거의 하루를 보내다 오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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