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문장 수집
Posted 2018. 7. 13.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
카피라이터 이유미가 쓴 『문장 수집 생활』(21세기북스, 2108)을 재밌게 읽었다. 표지가 앞뒤로 돼 있는데, 본책은 224면에 소설을 읽다가 밑줄 그어둔 문장에서 촉발된 카피 50편을 만든 이야기를, 부록 격인 30면은 쌈빡한 카피 쓰기 팁을 담고 있다. 온라인 편집숍 29CM에서 헤드 카피라이터로 일하는 작가는, 뻔하지 않고 통통 튀면서 눈과 귀에 쏙쏙 들어와 잠재 고객들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 카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조곤조곤 들려주고 있다.
이 책은 같은 출판사가 하는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에 작가가 나온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들으면서 알게 됐는데, B6에 가까운(128×188) 작은 책에 뒤흘리기로 편집하고 여백이 많아 술술 읽힌다(보통 단행본으로 편집했으면 150면도 채 안 나왔을 분량 같은데, 요즘 트렌드인 것 같다^^). 차례로 읽지 않고 아무 페이지나 펴서 읽거나 하루에 한두 편씩 야금야금 읽어도 재미 있을 것 같다.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세상사, 인간의 삶의 단면들을 잘 보여주는 요즘 작가들의 소설(일본소설이 많다)을 읽으면서 다르게 보고, 다르게 쓰고, 다르게 사는 이야기들을 포착해 낸 작가의 문장 수집 노하우가 만만치 않고, 그걸 티나지 않게 카피로 변주해 내는 글솜씨와 센스도 꽤나 있어 보였다.
아이디어를 얻은 소설 속 문장을 이렇게 써 먹어도 되나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그 소설을 읽었던 사람은 어디서 본 문장 같다는 느낌을 받을 것 같다), 아무 말 없이 오리지널 자기 글이나 표현인양 스리슬쩍 포장하고 뭉개는 사람들이 적잖고, 그런 유혹을 받기 쉬운 풍토에서, 영향 받은 문장들을 어떻게 수집하고 간직해 두었다가 적재적소에 활용하는지 보여주는 것도 또 다른 창작, 실력 또는 미덕 아니겠나 싶었다.
'I'm journaling > 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문과 1장만이라도 읽어야지 (0) | 2018.09.17 |
---|---|
Hunger, 어떤 허기 (0) | 2018.07.31 |
여행하면서 읽기 좋은 <노인과 바다> (2) | 2018.06.25 |
서울도서전 (0) | 2018.06.24 |
당신이 찾는 서체가 없네요 (0) | 2018.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