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는 어디에 열리나
Posted 2018. 10. 1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
며칠 전 곱창 먹으러 갔다가 주문하고 주방에서 초벌구이되는 동안 창밖으로 작은 텃밭이
보이길래 아내와 잠시 보러 나갔다. 조그만 흰 꽃이 뒤집혀 피어 있었는데, 아내가 고추꽃이라고
알려주었다. 고추도 꽃이 있었군, 하면서 꽃잎을 위로 하지 않고 왜 이리 힘들게 아랫쪽으로 피어
있나 싶었는데, 나중에 보니 고추를 맺기 위한 당연한 과정이었다. 이파리보다 무거운 고추가
아랫쪽을 향할 수밖에 없기에 꽃도 그 방향으로 꽃잎을 벌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여기까진 괜찮았는데, 그만 무식을 드러내고 말았다. "그런데 고추는 어디에 달리는 거야?"
온통 푸른 이파리들 투성이라 고추가 선뜻 안 보이길래 안 해도 될 질문을 무심코 던진 것이다.
순간 아내는 약간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아니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 거냐는 표정을 지었다.
꽃이 져야 거기에 열매가 맺히는 거 정말 모르냐면서 거의 혀를 끌끌차기 직전이었다. 읍~스!
아무리 서울 촌놈이더라도, 어릴 때 논밭 구경을 별로 안 해서 나무와 꽃, 작물들에 대해
잘 몰라도 그래도 이런 것까지 모르는 건 내가 생각하기에도 조금 민망했지만, 이미 뱉은 말을
주워담을 순 없어 몇 차례 놀림받았다. 돌아와 사진을 자세히 보니 진짜 뒤집힌 꽃잎 아래쪽에서
고추가 열리고 있었다. 이거 실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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