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 강아지풀과 억새
Posted 2018. 10. 2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산성 트레킹은 보통 산을 오르내릴 때완 달리 조금 수월하기도 하거니와 성곽과 성벽 구경하는 재미로 심심하지 않아 좋다. 성곽 자체도 이것저것 볼 게 많지만, 주변의 나무들을 비롯해 소소하게 어우러지는 풍경들도 볼만한 게 많아 트레킹 내내 눈이 즐거워진다. 나즈막한 성 안을 따라 돌 때는 성 안팎아 모두 보이지만, 높아서 성 안은 안 보이는 성 밖을 따라 돌면서 보는 성곽 풍경이 서로 다른 것도 흥미롭다.
성 안팎 풍경 가운데 늠름하고 묵직한 나무들이야 그 자체로도 멋지지만, 이름 없는 들풀들도 성벽 주변에서 피어났다는 가점 요인으로 눈에 띄곤 하는데, 남한산성 성벽 위 기와 사이로 돋아난 강아지풀이 그 덕을 톡톡이 봤다. 다른 데 피어났더라면 거의 눈에 띄지 않았을 텐데, 자리를 절묘하게 잘 잡아서 당당히 산성 가을 풍경을 이루었다.
성벽 위는 단신 강아지풀에게 양보했지만, 성벽 길옆으론 장신 억새가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가을 바람에 살살 몸을 흔들면서 리듬을 타고 있었는데, 사람 키는 가뿐히 넘어설 정도로 키가 크고 억세 보였다. 문득 산성 성벽의 강아지풀이나 억새들은 그 옛날 산성을 지키던 병사들을 대신해 지금도 보초 역할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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