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vonport의 길거리까페들
Posted 2010. 12. 3. 06:10, Filed under: I'm traveling/Kiwi NewZealand토요일 늦게서야 해인네 집에 여장을 풀고 졸음을 참아가며 드린 주일예배 후에 해인이 안내한 곳은 데본 포트(Devonport). 오후에 청년부 모임에 가야 하는 해인이 너댓 시간 정도 혼자 있을 내게 적당한 곳으로 데려다 준 것이다.
바다 건너편으로는 오클랜드 시내가 보이고, 오름직한 나즈막한 언덕도 있고, 오래된 까페와 발길을 사로잡는 작은 샵들이 길 양편에 자리잡고 있는 멋진 동네였다. 혼자 놀기 좋아하는 내 취향을 잘 아는 해인이 이 거리 맘에 드실 거라면서 첫 번째 골목 까페로 안내했다.
딱 맘에 드는 골목이었다. 여간해선 얼굴이 들어간 사진을 안 찍는데, 여기서는 기꺼이 이 동네에 잠시나마 함께했다는 추억을 남기고 싶었다. 브라운 티셔츠가 사진 속 풍경을 해치지 않아 다행이었다. 머리색도 이 골목에선 모처럼 어울리는구나.^^ 텅 빈 골목에 비해 내가 들어간 사진은 훨씬 활기 있어 보인다.
손글씨 메뉴가 제법 많다. 키위들이 즐겨 마신다는 플랫 화이트(Flat White)를 시켰다. 원래 내 취향은 아무것도 안 들어간 아메리카노인데, 여기서는 쇼트 블랙(Short Black)이라 부르고 있었다. 직접 만든 듯한 다양한 케미크들이 진열돼 있었다. 해인이 차려준 오클랜드풍 브렉퍼스트가 아니었다면 두어 조각 시켰을 것이다.
실내는 테이블이 채 열 개도 안 되는 작은 까페지만, 고풍스런 분위기가 커피 맛을 더해주는 곳이었다. 저런 담벼락 인테리어는 돈 주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니까 이 집에 오는 이들은 커피만 마시는 게 아니라, 이 집의 유구한 흐름을 즐기면서 오늘을 사는 것이리라.
붉은색 벽돌에 작은 창문들이 나있는 오른쪽 담도 인상적이었지만, 어찌 보면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밝은 파스텔 톤의 벽을 화분 몇 개와 잡지꽂이로 장식한 왼쪽 벽도 따뜻해 보였다.
거리엔 이런 길거리 까페가 두어 집 건너 하나씩 있을 정도로 사람들이 즐겨 찾는 거리 같았다. 주일이어서 좀 더 많이 나왔겠지만, 발길 닿는 대로 거리 구경하다가 아무 카페에나 앉아 혼자 또는 친구와 브런치를 먹으며 담소하는 소박한 즐거움이 조금 부러웠다.
평소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이 거리를 걸으면서 차분해지고 안온함을 느낀 이유는 이방인이라는 표시가 비교적 덜 났기 때문인 것 같았다. 마치 오래 이 거리를 찾은 것 같은 익숙함이 나를 편하게 만든 것 같았다.
급할 게 없고, 혼자서 책이나 신문을 보고, 아니면 여럿이서 차와 음식을 놓고 담소할 수 있는 여유와 평안이 느껴졌다. 이들이 풍경이 되고, 또 내가 풍경이 되는 데본 포트의 이른 오후. 강렬한 태양만큼이나 내 마음에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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