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낯섦
Posted 2019. 2. 2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지하에서 지상까지 한꺼번에 전기와 가스 공사를 하면서 가급적 외부로 노출시키지
않는 아파트 공사와는 달리 오래된 주택이나 건물은 새로 시설을 설치하거나 정비할 때마다
전선이나 가스관 등이 옥외로 나올 수밖에 없다. 익선동 골목길에 나란히 서 있는 한옥집들도
전기와 가스가 들어오는 파이프가 문밖 길가에 새로 놓을 수밖에 없었는지 돌출돼 있었다.
조금 위험해 보이긴 한데, 다른 방도가 없었던 모양이다.
과거엔 주택이었을 이 한옥집들이 식당이나 가게로 바뀌면서 가게 이름을 야간에도
보이게 하려고 간판 조명 작업을 해 놓았는데, 기왕에 옥외로 노출된 시설들을 활용하는
아이디어가 기발했다. 씨쓰루(see through) 공법이라 불러도 무방할 만큼 보기 좋고 잘
어울렸는데, 이렇게 함으로써 오히려 정돈되고 안전해 보이는 효과도 있을 것 같다.
또 한 집에선 외부 벽면에 호랑이와 새들이 한데 어울려 노는 낡은 민화 액자를 걸어
놓으면서 아랫쪽 여백에 빵집 이름을 부각시켰다. 영어 상호를 우리말로 써 놓아서 둘이
잘 안 어울려 보이면서도 은근히 어울리는 효과가 있었는데, 낯선 듯 하면서도 익숙해
보이는 효과를 누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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