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가지 사이에 자리 잡은 새 둥지
Posted 2019. 3. 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잎들이 다 떨어진 겨울 나무는 이렇다 할 볼품이 없지만 다른 계절엔 미처 구경하기 어려웠던
숨어 있던 풍경을 두어 가지 만들어 낸다. 절묘하게 퍼져서 실핏줄처럼 보이는 가지들과 큰 나무의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새 둥지들이다. 큰 나무들일수록 허공으로 퍼져나가는 잔 가지들의
움직임이 볼만 한데, 빠른 붓놀림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물감이 빠르게 번져나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서 어떤 나무들은 한참을 고개를 뒤로 젖힌 채 감탄하며 보게 만든다.
나뭇잎들이 무성할 때 부지런히 오가며 부러진 잔 가지들을 하나 둘씩 물어와 차곡차곡 쌓아
어느 새 흔들리지도 무너지지도 않는 견고한 성채를 만들어 놓은 새들의 측량과 건축술 또한 감탄을
금치 못하게 만든다. 가을까지만 해도 무성했던 나뭇잎들에 가려서 저 위에 있는 줄도 모르던
것들인데, 겨울을 버텨내다가 이제 봄과 함께 다시 새로운 옷을 입으려 기지개를 하고 있다.
세로로 봐도 가로로 봐도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멋있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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