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선동 풍경
Posted 2019. 2. 2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지하철 5호선 종로3가역 5번 출구로 나가면 정면으로 낙원상가가 보이는데, 그리로 가지 않고 뒷편 골목으로 접어들면 익선동이란 동네다. 중촌이라 불리면서 북촌, 서촌에 이어 요즘 핫한 동네 중 하나다. 한옥길이란 이름이 붙을 만큼 기와지붕을 한 한옥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그리 길지 않은 골목길 몇 개로 이루어진 동네인데, 대개 지붕의 형체와 대문 정도만 남기고 내부는 거의 개조해 음식점과 가게들이 들어서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간간이 보이지만, 여기저기서 소문을 듣고 찾아 온 이들로 좁은 골목은 시간대나 주중 주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어깨를 부딪히며 걸음을 옮기게 만든다. 한겨울 평일 오후인데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렸는데, 날 좋은 봄가을이면 북새통을 이룰 것 같았다.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난 식당들은 대기줄이 제법 되는데, 좁은 골목길에 늘어선 대기줄을 보면 없던 관심도 생겨나게 만든다.
이 골목길을 걷다 보면 눈에 띄는 간판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요즘 다른 데선 찾아 보기 어려운 몇 십년 전 스타일을 하고 있는 것들이 특히 눈에 들어 온다. 막다른 골목에 있는 이장수는 사람 이름인지 갸우뚱거리게 만드는데, 알고 보니 커피집이었다. 분위기상으로는 전혀 안 어울려 보이는데, 용케도 알고 찾아 오는 손님들이 있나 보다. 지금도 영업을 하는지, 아니면 그냥 걸어두고 있는 건지 모를 종로한복이란 세로 간판도 참 오래 전 스타일이다.
한 번씩 들어가 보고 싶은 가게들이 많았는데, 아무래도 고풍스런 외관과 언밸런스를 이루면서도 묘하게 시선과 흥미를 끄는 간판이나 입간판 때문인 것 같았다. 잡방이란 가게 이름도 은근히 발길을 잡아당기고, 예전에 쓰던 서울 사투리 느낌이 나는 한그륵이란 밥집도 익살스럽게 다가왔다. 이 동네도 언제 젠트리피케이션 바람이 불지 모르지만, 너무 손대지 말고 지금 정도로만 남아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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