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도움을 받았다
Posted 2019. 4. 2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두 주 전 검단산 옛 약수터 길에서 정상으로 가는 길을 찾을 땐 오랜만에 들고 간 스틱이
큰 도움이 됐다. 워낙 사무실이나 집앞 동네산을 다닐 땐 배낭이나 물병도 안 들고 맨몸으로
가볍게 다녀 스틱은 거의 쓸 일이 없어 챙기지 않았는데, 길이 뚜렷이 안 나 있고,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있는 이 둘레길에선 스틱의 도움 없이는 길을 찾기 어려울 것 같아
간만에 들고 간 게 제대로 효력을 발휘해 주었다.
유길준 묘역을 지나 약수터와 돌탑까진 평소 접혀 있는 채로 그냥 들고 가고, 거기서부터
정상까지 이르는 길을 찾기 위해 스틱을 펴서 길이를 맞췄는데, 간만에 하려니까 왼쪽으로
돌리는 건지 오른쪽으로 돌려야 하는 건지 헷갈려 한참을 이랬다 저랬다 해야 했다. 너무
돌려서 한쪽은 아예 분리돼 잠시 당황하기도 했는데, 다시 끼워 수습하고 낙엽더미들을
툭툭 찍어가며 길을 찾기 시작했다.
양손에 든든한 무기가 생겨서일까^^, 처음 가는 길이지만 두려움이나 초조함보다는
약간의 자신감과 설레임에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폴대를 뻗어 낙엽더미들을 찍어나가자
길이 슬슬 보이기 시작했다. 폴대 끝에 달라붙는 마른 낙엽들이 점점 두터워졌는데, 중간중간
떨어내면서 길을 찾아나가는 좋은 친구가 돼 주었다. 이쪽 길을 찾고자 하는 바램이
컸던지라 꾸불꾸불 완만한 경사로 이루어진 바위길을 폴대에 의존해 계속 올랐다.
중간에 두어 번 헷갈리는 지점에선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고도계 앱으로 점점 높아지는
높이를 확인하면서 폴대 끝의 낙엽 뭉치들을 털어내고 다시 출발할 준비를 했는데, 이런
과정을 몇 차례 반복하자 어느새 정상까지 20여분 남겨 둔 5백 미터 중반의 전망대가 있는
메인 등산로와 만날 수 있었다. 폴대에 의지해 걸어서인지 확실히 다른 때보다 덜 피곤한
느낌이었는데, 이 길로 다시 오를 땐 변함없이 이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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