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어디를 봐도
Posted 2019. 4. 2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옛 약수터길로 검단산을 오르다가 바위 위에 낮게 쌓아 놓은 작은 돌탑에 한참 시선이
머물렀다. 진행방향에서 처음 봤을 땐 크거나 높거나, 모양새가 독특하지도 않아 그냥 지나칠
참이었는데, 불현듯 다른 방향에서도 보고 싶어져서 한 바퀴를 돌았다. 그냥 지나쳤으면
후회할 뻔 했다.
하단은 이렇다 할 게 없어 보이는 평범한 돌탑이었지만, 맨 위에 서로 기대고 서 있는 돌
두 개가 방향에 따라 조금씩 다른 이미지를 풍기고 있었다. 그러니까 높이와 각도에 따라 서로
다른 모양새, 컬러, 이미지로 보였는데, 돌탑 상단이 대체로 이런 경향성을 보이긴 해도 이 돌탑은
뭔가 특별해 보였던 것 같다. 누군지 몰라도 여기에 돌탑을 쌓아 놓은 이의 예술적이면서도
해학적인 감각이 꽤 탁월해 보였다.
넓적해 보이는 쪽들에 비해 홀쭉해 보이는 쪽이 더욱 볼만 했는데, 특히 어떻게 이렇게
받쳐 놓을 생각을 했을지 감탄을 불러 일으키는 각도에선 한참을 서서 바라보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그날 내가 이 작고, 어쩌면 평범해 보이는 돌탑에서 배운 건, 세상사나 대인관계에서
한 번 보고 별볼 일 없다고, 흥미 없다고 그냥 지나칠 일은 없는지도 모르겠다는 것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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